북한 경제개발구 성공열쇠는? “신뢰회복” “인권개선”

[탈북박사의 북한읽기] 경제개혁 시험장 역할 담당할 듯...'독재국가' 이미지 탈피가 관건

최근 북한 경제변화에서 주목되는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종류의 특별 투자지역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 북한 북부의 나진-선봉지역에 최초의 경제특구(Special Economic Zones)가 설치된 것은 경제 변화를 지향하는 사실상의 가시적인 신호였다.

그 이후 북한은 경제난에 대한 출구를 모색하면서 새로운 특구를 설치하고 주요 시장화 조치들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최근 북한은 ‘내나라’ ‘조선의 오늘’ 등 해외 인터넷 사이트와 신문, TV를 통하여 경제 개발구에 대한 투자유치를 유도하는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개성시를 경제특구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경제발전도시’로 만들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고 한다. 북한 내부에서도 개성시를 시작으로 다른 지역 특구 개발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북한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중 합작의 상징인 황금평 특구가 포함된 평안북도 신도군과 신의주를 이틀 연속 시찰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는 주민들에게도 경제특구 활성화를 통한 경제 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외국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허용하는 경제 개발구는 폐쇄된 정치제도라는 북한의 특징 때문에 매우 민감한 이슈였다. 김정일 시대 경제개혁을 반대하는 보수파(빨치산세력, 노병 출신 등)들은 경제개발구가 “주권 손상”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때문에 경제 개발구의 설치 결정은 상당한 세월이 걸렸다.

2013년이 됐을 때야 비로소 북한 당국은 각 도에 자체의 실정에 맞는 경제개발구들을 내오고 특색 있게 발전시킬 데 대한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였다. 이후 2013년 5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3192호로 《경제개발구법》까지 채택되는 등 관련 제도까지 정비하기에 이르렀다.

북한 당국은 나진-선봉 경제개발구를 지켜보며 우리가 얼마든지 감독‧관리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개방적 환경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지역경제, 나아가 나라의 살림살이까지 동시에 업그레이드할 방안이라고 여긴 셈이다.

경제개발구의 성공의 열쇠는 신뢰회복

북한의 경제개발구는 국내의 경제개혁을 위한 시험장으로 역할을 담당하고, 전반적 지역경제의 진화에 있어 더 포괄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 나진-선봉지역의 경제개발구는 중국 등 외부세계와 연결되는 중요한 통로였다. 때문에 경제개발구는 북한의 경제개혁에서 커다란 중요성을 갖고 있다.

또한 경제개발구는 변화의 초기 단계에 놓여 있는 북한 정책 결정 패턴을 잘 보여준다. 즉 현재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관행과 체계를 만드는 점진적 개혁에 대한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경제개발구 성공 여부는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받은 돈을 갈취하고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않던 관행을 없애고 “망나니 국가” “독재국가”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제개발구에 대한 불신은 북한 경제체제(중요하게는 금융체제)의 주요한 특징인 계획체제와 시장경제 체제의 이중적 양립에 기인한다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경제개발구는 경직적인 체계 내에서 성장은 불가능하다.

특히 “인권유린의 불모지”에서 과감히 타파하려는 노력도 중요해 보인다. “한국의 북한인권법과 인권재단은 화해와 협력의 걸림돌”이라는 낡은 사고를 고수한다면 신뢰 회복을 끌어 낼 수 없을 것이다. 대북 투자의 주요 걸림돌인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부문에서 스스로 변화하려는 각고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