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잣 따던 10대 청소년, 경비원들에게 들키자 흉기 휘둘러

6명 사상자 발생…군 당위원회는 '비사회주의 현상 극복' 주제로 주민 강연회 열어

잣나무
북한 황해북도 린산군의 잣나무. /사진=노동신문 캡처

지난달 하순 북한 양강도에서 10대 청소년이 잣나무숲을 지키던 경비원들을 흉기로 찔러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에 “지난달 20일 양강도 신파군(김정숙군)에서 15세 학생이 잣을 따러 몰래 밭에 들어갔다가 경비원들에게 발각돼 폭행을 당했는데, 그러던 중에 이 학생이 칼로 경비원들을 찌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가해자 A 군이 휘두른 흉기에 40대 중반의 경비원 1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5명은 부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에서 여러 명의 사상자를 낸 A 군은 현재 군 보안서에서 취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형법은 ‘범죄를 저지를 당시 14살 이상 되는 자에 대하여서만 형사책임을 지운다’고 규정하고 있어, 15세의 A 군에게는 향후 법적인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A 군이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려다 적발된 상황에서 상대를 사망에 이르게 한 만큼, 사안이 더욱 엄중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잣나무림이 대규모로 조성된 양강도 김정숙군에서는 8~9월 잣나무 수확철이 되면 기업소가 관리하는 잣나무림에 개인이 몰래 들어와 잣을 따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통상 잣나무 임지는 해당 지역의 산림경영소가 관리하고, 이 산림경영소는 기관 기업소 등에 일정 구역의 임지를 할당해 잣을 수확할 권리를 부여한다. 주민들은 이렇게 정해진 임지 외 깊은 산지에서 자란 잣나무에서 잣을 채취하고 이를 내다 팔아 생활비를 충당해왔는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후 제재 품목이 아닌 잣 수출이 주목을 받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산림경영소가 파견한 산림감독원들이 뇌물을 받고 기업소 간부나 돈주에게 관할 밖 산지의 잣나무에 대한 독점 채취권을 주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주민들의 소득원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에 잣 수확철이 되면 기업소 등이 관할하는 잣나무 임지에 몰래 침입해 잣을 채취해가는 주민들이 많아졌고, 이 과정에서 각 기관이 배치한 경비원들과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실제 지난달 중순에는 잣을 따러 산에 올라갔던 40대 강모 씨가 밭을 지키던 경비원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일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관련기사 바로가기: 외화벌이 수단 전락 ‘잣’…수확철에 폭행·살인까지)

한편, 이번 사건 이후 군 당위원회에서는 군 내 공장기업소와 청년동맹(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직맹(조선직업총동맹),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등 모든 근로 단체에 ‘비사회주의 현상을 극복할 데 대하여’, ‘자녀 교양을 잘할 데 대하여’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당국이 A 군의 사건을 명목으로 주민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사상 교육에 나선 셈이다.

소식통은 “실제로 강연회가 진행됐고, 이를 통해 이 사건을 접하게 된 주민들 속에서는 ‘정말 큰 일이다’, ‘아이들의 장래가 걱정된다’, ‘어떻게 하다가 아이들이 칼부림하는 세상이 됐느냐’,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라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