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서 붙잡힌 탈북女 2명 쇠붙이 삼켜

라오스 경찰에 15일 체포돼 보텐 이민국수용소에 구금된 탈북여성 3명 중 2명이 ‘북송(北送)’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살을 기도, 17일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1명은 지병과 스트레스로 사망했다.

라오스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인권 활동가는 17일 ‘데일리엔케이’와 전화통화에서 “라오스 경찰로부터 ‘중국으로 송환’이란 얘기를 듣고 1명은 지병이 있긴 했지만 죽을 병은 아니었는데 심적 고통이 얼마나 컸던지 피를 토하는 각혈로 사망해 현지에서 가매장됐고, 2명은 자살을 시도, 쇠붙이를 삼키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 탈북여성 3명은 과거에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북송됐던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현지 활동가는 “(한국측) 언론보도로 대사관이 (보텐수용소에) 연락을 취했는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쇠붙이를 삼킨 2명은 오늘(17일)에서야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이들의 소식을 듣고 구명하기 위해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을 찾았지만, 그에게 돌아 온 것은 ‘외면뿐’이었다고 울분을 토하며 설명했다.

이 활동가는 “어제(16일) 곧바로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에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지만,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오지마라. 오늘은 행사가 많아 만날 수 없다. 나에게 얘기하면 (내용을) 전해주겠다’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계속해서 상황을 말하니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2시에 찾아오라고 해서 2시에 찾아 갔지만, 3시 20분까지 줄곧 ‘회의 중이니 기다리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기다리다 지친 그는 이 상황을 라오스 교민회장에게 알렸고, 교민회장이 대사관에 전화했더니 피할 수 없었는지 교민회장과 함께 대사관 A서기관을 만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활동가는 “서기관을 만나 이미 1명의 탈북자가 죽어 현지에 매장된 상태라고 말하니까 A서기관은 ‘뭐 그럼 (상황은) 끝났네’라고 답변했다”며 “사망 원인 등은 따져보지도 않고 귀찮은 듯 대답하는 대사관 직원 반응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라오스 경찰로부터 ‘신원보증만 하면 끝나는 건데 왜 빨리 안 데려 가는 거냐. 안 데려 가니깐 (중국으로) 송환하는 거다’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며 “한국대사관 측이 노력하면 해결 될 수 있는 문제인데, 대사관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데일리엔케이’와 통화에서 “현재 외교부도 이를 알고 있고, 현지에서 그들의 신병인도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될 경우, 현지에서 활동이 어렵다”고 답했다.

라오스 현지 활동가는 대사관 측에 북부 보텐지역(국경인근)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에 대해 도움을 청하자 “‘수도 비엔티엔으로 데려오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밝혔다.

그는 “벌금을 내고 탈북자들을 구한다해도 대사관까지 오기 위해서는 몇 차례의 검문소를 지나쳐야 하는데, 다시 붙잡히게 된다”며 “대사관의 신원보증, 차량제공 등이 탈북자 구명을 위해서는 필수”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럼 벌금만이라도 대사관에서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자 대사관으로부터 ‘우리는 (신병)인도 이후에만 비용을 처리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외교부가 얘기하는 노력이 어떤 노력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또, “2006년에는 자신이 탈북자 10여명을 데려온 일로 붙잡혀 라오스 감옥에 11일 동안 수감된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왜 그런 불법적인 일을 했느냐’는 말을 들었다”며 “탈북자와 탈북자를 돕는 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