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커스] ‘전략적 지위’를 꿈꾸는 북한 당국의 도발

북한 매체가 지난달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하에 초대형 방사포 연발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당국의 위기조성전술이 고조되고 있다. ‘연말’이라는 시한의 포로가 되어 미국의 비핵화 셈법 변화를 종용하던 북한 당국이 미국이 여의치 않은 반응을 보이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2년 만에 ‘화염과 분노’ 시절로 되돌아갈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등 미북 간 대치 양상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 당국이 감행하고 있는 일련의 도발들은 ‘전략적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그들의 오랜 목표에 따라 계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말을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던 북한 당국의 초조함이 더해가고 있다. 최근에 북한 당국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도발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고조시켜 왔다. 신형전술무기 4종 세트를 시험 발사하며 주한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북한은 급기야 ‘9.19 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서해 창린도 도발까지 감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한 외교 업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북극성 3형의 발사실험에 성공하면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는가하면 최근에는 미국이 그어놓은 레드라인을 발끝으로 건드리며 미국의 위기의식을 극도로 자극하고 있다.

지난 8일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담화를 발표하면서 “2019년 12월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ICBM 발사를 위한 액체연료 엔진의 추력을 배가시키는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험한 엔진 연료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명확한 점은 북한 당국이 ‘전략적 지위’를 거론하고 나선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시 무력사용 개연성을 내비치고 적대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게 너무 많을 거라는 경고를 보냈음에도 김정은은 ICBM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전략적 지위’란 핵 강국으로서 국제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지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3자회담, 4회담, 6자회담 등 북한 비핵화를 위해 열렸던 국제적인 협상장들은 모두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북한이 ‘전략적 지위’를 획득하게 된 이상 앞으로는 북한이 그와 같은 룰을 주도해갈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핵 강국 북한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핵군축 협상과 주한미군의 철수를 위한 논의의 장을 주도하려 할 것이다.

전략적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북한 당국에게는 남은 과제가 있다. 확실한 핵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다. 이미 핵탄두의 소형화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섭씨 7000도 이상의 열과 충격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일 것이다. 이 기술을 위해 북한 당국은 앞으로 ICBM의 추가 발사실험을 계획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보도된 액체연료의 추력 배가 실험도 그 일환일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의 도발은 미리 짜놓은 타임 테이블에 따라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의 셈법 변화 여부에 관계없이 북한 당국은 핵 강국이라는 전략적 지위 확보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비핵화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점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전략은 2년이라는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는 것이 된다. 그 사이에 북한은 핵 능력을 증강시키며 ‘전략 국가’의 꿈을 착실히 키워온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 핵정책이 획기적으로 변해야 할 절실한 필요성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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