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포커스]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이들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사진=통일부 제공

한국 정부의 북한 눈치보기가 갈수록 가관이다. 김정은의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가 나온 후에도 정부는 동해권 공동 관광구역 제안 등 어떻게든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아보려 구걸에 가까운 방안들을 계속해서 모색하는가 하면, 국회에선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이동식 발사대 사용 발사 가능성 여부를 두고 북한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부추겼다. 심지어 최근엔 북한에서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고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북한 주민 2명을 추방 형식으로 돌려보내 대한민국의 사법절차마저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해 보려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북한에 저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부서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른바 ‘영토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북한은 엄연히 대한민국의 영토다. 다만 북한은 6.25 한국전쟁 당시 회복하지 못한 ‘미수복 지역’으로, 현재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 당국은 부당하게 북측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불법 집단에 불과하다. 한국 헌법에 의거할 때 북한 주민들은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일에 논란이 됐던 북한 주민 2명의 추방 사실(데일리NK, 정부, 北주민 2명 추방… “16명 살인 흉악범죄 저질러,” 2019년 11월 7일자 참조)은 북한을 대한민국이 아닌 별개의 나라로 간주하고 사실상 범죄인을 인도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정부 측 설명에 따르면,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은 당초 귀순 의사가 없었고, 저지른 범죄가 흉악범죄라 추방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덧붙여 정부 측 관계자는 추방된 북한 주민들이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고, 국제법적으로도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을 서둘러 판문점을 통한 사상 초유의 추방을 결정했던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측 설명은 국민들이 납득하기에 불충분하다. 첫째, 북한이탈주민법의 ‘보호 결정’ 기준에 따른다 하더라도 이번 사건의 북한 주민 2명은 한국의 사법절차대로 처리됐어야 했다. 다수의 통일법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북한 주민 2명에 대한 추방 결정은 법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결정이다. 정부가 추방 근거의 하나로 제시한 북한이탈주민법의 ‘보호 결정’은 단지 국내 정착금의 지원 등을 결정하는 기준일 따름이지, 그것을 근거로 추방 결정을 내리거나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통일법 전문가들은 그들을 북한으로 추방할 권한이 정부에 없고 대한민국 법률엔 그들을 추방할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추방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리고 사지로 국민을 내모는 행위를 한 것이며 상상할 수 없는 조치를 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비난받아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둘째, 국제법적으로도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정부 측 설명도 잘못된 것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종전 협정 체결 이후 최초로 한국에서 탈북민 추방이 이뤄진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이 고문과 사형에 처해질 충분한 근거가 있고 이는 유엔 고문방지협약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 주민도 국적자로 간주되는 만큼 이번 추방조치는 헌법을 위반하고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부국장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 정부는 조사 내용을 완전히 공개해 철저하고 공정하게 조사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정부는 한국 국민들이 입을 피해를 우려했다고 하지만, 이번 북한 주민 추방 결정은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처사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국회에서 언론을 통해 JSA 대대장이 발신한 문자메시지가 포착되지 않았다면 정부 측은 사건이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비밀을 유지했을 것이라고 한다. 정전협정 후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는데 국민들은 정부 측 설명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올 뻔한 것이다. 국내에서 벌어졌던 소위 ‘적폐수사’에는 실시간으로 중계방송하듯 언론에 공개하던 정부가 북한 관련 중대 사건이 벌어지니 국민들의 알 권리마저 무시하고 내부적으로 신속 처리한 후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마지못해 공개한 것이다.

이번에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은 북한에서 사형 등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들 뿐 아니라 북한 특성상 이들 가족과 친인척들도 연좌제 형식으로 처벌될 개연성이 없지 않다. 불특정 다수의 북한 주민들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처사는 인권을 강조하는 정부의 기조와도 배치되는 것이다. 아니면 북한 주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생명은 알 바 아니라는 무책임한 태도이거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북한이탈주민뿐 아니라 북한에 있는 잠재적 이탈 주민들에 대한 보다 성의 있는 정책 변화가 요망된다. 더 나아가 ‘탈북민’이니 ‘북한이탈주민’과 같은 차별적인 호칭도 개정하길 제안한다. 그들은 이미 대한민국에 와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북한에 있는 ‘북한 주민’들도 앞으로는 ‘재북(在北) 국민’과 같은 용어로 바꿔서 사용하길 제안한다. 재북 국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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