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목사]“뉴라이트, 남북 모두 살리는 운동”

김진홍(金鎭洪・63) 목사처럼 일관되게 한 길을 걸어온 성직자도 드물 것이다.

그는 1971년 청계천 활빈교회 창립 이후 30년이 넘도록 철저히 ‘낮은 곳으로 임해 높은 가치를 실천해온’ 인물이다. 76년 남양만 ‘두레마을’을 시작으로 우리사회의 그늘진 곳을 밝은 곳으로 끌어내왔고, 7,80년대 인권운동가로, 성직자로 사회의 ‘소금’ 역할을 수미일관(首尾一貫)하게 수행해왔다. 9년 전부터는 연변에 두레마을을 세워 한반도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인 북한인민들의 삶을 밝은 곳으로 인도하고 있다. 최근 그는 기독교의 새로운 사회운동단체인 <기독교사회책임>을 결성, 청년층을 중심으로 바른 가치관을 일으키는 운동을 주도하는 한편, <탈북자강제송환저지 국제캠페인>의 공동대표로서 탈북자문제 해결에 힘을 쏟고 있다.

창간기념으로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 새로운 사회운동단체인 <기독교사회책임>의 취지와 활동목표, 탈북자 문제 등 포괄적인 북한문제에 대한 김진홍 목사의 견해를 들어본다.

-얼마 전 목사님께서 <기독교사회책임> 고문을 맡으셨는데, 이에 대해 지식인들의 관심이 큰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다소 알려졌습니다만, <기독교사회책임> 결성의 취지와 활동목표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단체를 결성하게 된 동기는 세가지 입니다.

근래 들어 청년층을 중심으로 국민들의 가치관에 심각한 혼선이 발생했습니다. <기독교사회책임>은 이러한 가치관의 혼선을 바로잡고, 바른 가치관을 일으키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바른 가치관이란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참여와 경쟁을 포함한 시장경제에 대한 바른 가치관, 열린 민족주의와 세계 속의 한국에 대한 바른 가치관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는 도덕성의 황폐가 너무 심각한 상태입니다. 정직하기 운동, 바로 살기 운동, 도덕성 회복 운동을 통해 지금의 도덕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교회를 교회답게 하자는 교회 갱신운동입니다. 성경에서는 크리스천이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했는데, 오히려 사회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우리 크리스천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한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입니다.

위 세가지가 <기독교사회책임>을 시작한 배경입니다. 교계(敎界)에도 기존에 시회참여 NGO 운동이 있습니다만, 아직 그 힘은 미약합니다. <기독교사회책임>은 종래의 NGO와 달리 가장 큰 규모입니다. 그리고 현재도 청년, 여성, 목회자 등 다양한 참여가 속속 늘어나고 있어서 앞으로 개신교 현실참여 시민운동의 본산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입니다.

-의사가 환자의 병을 고칠 때는 먼저 환자의 증상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목사님과 같은 성직자들은 ‘사회의 정신적 의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처해 있는 객관적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지금 경제위기라고 말들이 많은데 저는 그전에 정신적인 위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정신적인 위기는 국가경영 지도력 부재에서 오는 위기입니다.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사회 지도층이 흔들리면서 사회의 중심을 잃어버린 데서 오는 위기에요. 지도력의 위기에서 사회분열현상이 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흔들리고, 사회통합력이 떨어지면서 사회의 기본이 흔들리는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하자원이 없는 대신 인구가 많기 때문에 사람의 힘이 모아지지 않으면 우리 역사는 후퇴하게 됩니다.

-지금 많은 분들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목표에 대해 국민들의 컨센서스가 뚜렷하게 준비되어 있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나름대로 이야기는 하고 있습니다만, 전체 국민들의 동의를 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나라의 방향과 목표를 제대로 잡으려면 지금 우리는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생(相生)정신입니다. 여야가 서로를 인정하고, 국민은 지도자를 인정하고 지도자는 국민을 인정하면서 더불어 잘살겠다는 상생정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 국정을 맡고 있는 엘리트들이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좌파적 성향인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수구 보수는 반공, 친미, 경제성장, 기득권에 안주해서 반성과 회개 없이 새시대를 맞으려고 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구보수와 좌파들 사이에서 죽는 것은 백성들입니다. 백성들만 상하고, 서민들만 망가지는 현실이 우리나라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일 정권과의 공조는 민족의 수치

-2005년부터는 북한문제가 한반도의 미래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먼저 현 김정일 체제에 대한 관점을 올바로 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몇 년 동안 한-미관계가 어려워진 근본이유도 따지고 들어가면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난 데서 파생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목사님께서는 오래 전부터 북한문제에 관심을 가져오셨고, 또 중국에 ‘두레마을’을 세워 실천활동을 오래 하셨습니다. 현 김정일 체제에 대한 목사님의 관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북한문제, 통일문제는 매우 간결하게 봐야 합니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단순화시키고 간결하게 생각해야 문제 해결이 쉬워집니다. 독재정권은 물러나야 하고 북한주민은 행복해져야 합니다. 박정희 정권이 좋은 일도 많이 했지만 인권을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희생시켜서, 저는 여기에 반대해서 감옥에도 갔습니다. 그런데 박정희 정권보다 50배, 100배 나쁜 정권과 민족공조를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김정일 정권에 대해서는 독재반대운동, 주민에 대해서는 민족협력운동을 펼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정일 정권과 민족공조를 외치는 것은 민족의 수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꽤 오래 걸리는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북한에 대해 올바른 관점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까.

지금까지 보수세력이 잘못한 점이 많아요. ‘반공’이라는 구호만 외치고 북한에 대한 바른 가치관, 바른 교육을 시키지 않은 정치권력에 책임을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에 대한 제대로 가르치지 않다 보니 젊은이들이나 신세대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제 새로운 운동을 결집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제가 일전에 미국을 방문해서 정치가들과 조찬모임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말을 해요. “너희 나라는 우리와 수십년간 동맹을 맺고 우리가 피도 많이 흘렸는데 왜 의리 없이 어느날 갑자기 반미를 하고 친북을 주장하는가”라고 묻더군요. 제가 그들에게 “당신들이 이해해야 한다. 반세기 동안 우파진영이 일방적으로 국가를 운영해오다 보니 지난 50년간 너무 오른쪽으로 갔다. 그 반대 작용으로 지금 왼쪽으로 갔는데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중심을 잡을 것입니다. 시계추도 왔다 갔다 하면서 중심을 잡지 않습니까? 우리가 자신있는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동맹국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자동적으로 국민의 가치관이나 정신이 제자리로 온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기독교사회책임> 같은 종교 단체와 <자유주의연대><데일리엔케이> 등과 같은 많은 단체들이 힘을 합쳐서 우리 사회가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하는 운동을 벌여야 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기사: 김진홍 목사 인터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