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원 때문에 먹고살기도 막막해”

▲ 모내기 준비를 하는 北 주민들

“농촌지원전투 때문에 보릿고개 넘기기도 고단하다.”

5월 초부터 시작된 ‘모내기총동원기간’을 맞아 시·군 보안서에서 장마당을 일과 시간에 폐쇄하면서 북한 도시 주민들의 생계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30일 전했다. 장마당 이외에 길가(대로변)에 바구니를 놓고 음식을 파는 노점 상인들의 영업도 일제히 차단됐다.

농촌지원전투가 시작된 북한 전역에서 현재 장마당 개장 시간은 오후 5시부터 일몰시간까지다. 장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길게 잡아야 3시간에 불과하다.

함경북도 국경도시에 사는 주민 박 모(43세) 씨는 “장마당에 나가야 먹고 살겠는데, 농촌동원 기간이라고 장마당을 닫아 매니 목구멍에 거미줄 차게 생겼다. 인민반장들이 반원들에게 농촌전투에 나가라고 몰아대고, 보안원들은 먹이를 찾는 독수리처럼 장마당을 뺑뺑 돌며 눈을 부라린다”고 말했다.

농기구 공장에 다니는 남편과 아들 둘을 부양하는 가정주부인 박씨는 지난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나름대로 살기 위해 시장에서 국수장사를 하며 애를 써왔다.

박 씨는 “장사를 해서 얼마라도 벌어 옥수수라도 사올 것이 아닌가. 한 달간이나 이렇게 닫으면 장사 밑천까지 다 까먹게 생겼다“고 말했다.

북한은 매년 농촌지원전투 기간 장마당을 부분 폐쇄해와 상당수 주민들은 쌀이나 옥수수를 미리 사놓지만, 이마저도 힘든 주민들은 한 달 내내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

박 씨는 “4월부터 배급을 준다고 하더니, 요즘은 꿈쩍 소리 없다. 그저 참으라고만 한다”며 “우리야 쌀 먹을 형편이 안돼 강냉이 가격만 제발 올라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5월 초순에 850원씩 하던 쌀이 50원 더 올랐다. 강냉이는 그대로 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3월초부터 시작되는 춘궁기를 ‘노란봄철’이라고 부른다. 5월말부터 6월중순까지를 본격적인 ‘보릿고개’라고 부른다. 6월 15일에 보리가 패기(여물기) 시작하면서 ‘보릿고개’란 말은 사라진다.

이 ‘보릿고개’란 말은 이제 남한에서는 책에서나 볼만한 생소한 단어가 됐지만, 북한에서는 이맘 때면 으레 주민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다.

보통 3월 달에 접어들면 주민들이 일년 먹으려고 장만했던 여유양곡이 동나기 시작한다. 5월에 들어서면 ‘반철농량(6개월 식량)’으로 만들었던 김장용 김치 등이 떨어져 일부 주민들은 산과 들에 나는 나물과 풀로 끼니를 보태야 한다.

최근에는 그나마 장사가 보편화 되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굶는 상황까지는 치닫지 않고 있다.

농기구 공장에 다니는 박씨의 남편도 직장에서 배급 타는 것이 불규칙하다. 영농기구를 수리해달라고 농촌에서 주문이 오는 날에는 점심밥이라도 먹고 들어오지만, 이마저도 매일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평안도와 황해도 일대까지 달리기 장사를 하는 현 모 씨는 “4월 1일부터 배급 준다고 해놓고, 주민들이 또 속았다고 불만이다. 봄철이면 쌀이 모자라는 게 상식인데 그렇게 거짓말을 해서 사람들 불만을 사는지 모르겠다”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앞쪽(평안도) 지대 사람들이 사는 형편은 국경지역보다 더 어렵다. 평안남도 문덕군 교통보안원들은 장사 다니는 사람들을 단속해 논판에 내몰아 모를 꽂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 씨는 “앞쪽 사람들도 예전에는 굶으면서도 미국이 경제봉쇄해서 못산다고 믿고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확실히 다르더라. 대놓고 ‘나라가 주민들 먹여살리지도 못한다’고 욕을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