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돈벌이 못하니 주민들만 수탈”

북한 당국이 애군미(愛軍米) 등 각종 명목의 공출을 촉구하고 나서 가뜩이나 식량난과 추위로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북한 최초의 저널리스트 이준 씨가 이달 7일부터 13일까지 함경남도 단천시 한 노동자구에서 진행된 인민반 회의를 통해 “인민군의 식량부족이 심각하다”는 중앙당 지시가 내려왔다고 22일 일본의 아시아프레스가 전했다.

북한 주민들의 일상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생활총화 현장을 녹음해 국내 및 전 세계에 공개했던 이준 씨는 북한 내에서 활동하는 최초의 지하 저널리스트다.

인민반 회의에서는 “인민군의 식량부족이 심각하다.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정마다 애군미(愛軍米)를 공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이 씨는 “공출량은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어느 도시의 사람은 600kg도 내고 1t을 낸 사람까지 있다고 말하면서 주민들에게 공출량을 늘리라는 압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씨는 “군대에서는 식량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쌀이나 강냉이의 시장가격은 11월 말이나 12월 초와 비교해 오르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장에서는 장사꾼들이 중국에서 수입한 쌀을 팔고 있기 때문에 공급량이 크게 부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국가적 차원에서는 국제 원조도 끊기고 수확량도 줄었기 때문에 오히려 식량 수급 상황이 저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국가에 돈이 없으니까 집집마다 은행에 저축을 하라는 지시도 떨어졌다”며 “이 역시도 구체적인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강제성을 띄고 있다”고 이 씨는 전했다.

이 씨는 “3년 전 쯤에도 10년 상환 국채 형태로 국가에 돈을 바쳐야 했었다”며 “주민들의 원성이 너무 높으니까 저금의 형태로 바꾼 것 같다. 강제로 돈을 징수한다는 점에서 국채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은행에 돈을 저축해도 국가가 이자는 커녕 원금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은행에 돈을 맡기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국가의 지시가 내려와도 주민들이 은행에 돈을 맡길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 씨는 “비료 증산 과업도 내려왔는데 한 사람당 2.5t을 모아 각 지방 농장에 내야 한다”면서 “자주 있는 일이긴 하지만 다른 때보다 그 시기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돈 없는 사람들은 집이나 공공장소의 분뇨를 모으고, 돈 있는 사람들은 시장에서 사거나 뇌물을 주고 빠진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국가의 잦은 공출 과업에 대해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간다면서, “(국제사회 제재로) 정부 차원에서 돈벌이가 안 되니까 국민들을 수탈하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경제를 바꾸려는 (개혁·개방) 노력은 안하면서 국민들만 못 살게 한다는 생각도 주민들 사이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다”고 이 씨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