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즈음악이 좋아 남한에 왔다”

“난 재즈 음악을 좋아한다. 그래서 음악의 자유를 찾아 이곳에 왔다”

탈북자 출신 피아니스트 김철웅(31세, 2002년 탈북)씨는 요즘 눈코뜰새가 없다. 이곳저곳에 들어오는 공연 요청, 대학 출강, 그리고 북한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

김철웅씨는 남한의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 보다 더 바쁘다. 또 욕심도 남다르다. 그는 이런 욕심이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러 일으켜 마음껏 ‘음악하기 위해’ 남한으로 왔다.

그는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다. 음악가라는 직업에 비해 그의 손은 투박하다.

북한문화 알리는 파수꾼 되고 싶다

– 요즘 공연장에 얼굴을 많이 드러내고 있는데요.

많이 바쁩니다. 한세대 음대 출강하고 개인연주회 연습도 합니다. 그리고 북한대학원 대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와서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살고 있습니다.

– 피아니스트가 북한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이곳에서 4년동안 생활하면서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고 해야 할까요? 학위를 따야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됐습니다.

저는 남한에 와서 한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우리 민족이 통일을 이루려면 문화적 통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겠습니까.

문화의 힘은 대단히 큽니다. 힘으로 하지 못하는 것을 문화는 할 수 있고,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북한의 문화, 예술에 대해 저만큼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웃음)

북한의 문화를 남한의 학생들에게 알려주기에 앞서 북한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정리해 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북한대학원 입학을 결심했습니다.

리처드 클레이드만 좋아해

– 북한 최고의 명문 평양음대를 졸업하고 유학까지 갔다 왔는데 탈북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그냥 음악을 위해 남한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은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직업이 아닙니다. 음악은 나의 표현이죠. 음악을 통해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좋아하는 재즈를 할 수 없었죠.

특히 리처드 클레이드만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 음악을 하려고 탈북했죠.

– 북한에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부모님이 욕심이 크셨습니다. 자식을 교육시키려는 마음은 북한도 똑같습니다. 제가 8살 때 평양음악무용대 입학시험을 치르게 됐습니다.

평양음악무용대는 아무나 못 들어갑니다. 음악적 능력뿐 아니라 출신성분, 부모님 직위 등 흔히 1% 안에 들어야 입학할 수 있습니다.

평양음악무용대 시험은 16차례에 걸쳐 치러집니다. 제가 입학할 당시 9명 뽑는데 6000명이 지원했습니다. 남한보다 더 심하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재능을 보여줘야 했고 부모님의 직업, 출신성분, 신체적 조건까지 보더군요.

-그곳의 교육내용은 어떻습니까?

22살까지 14년 동안 교육 받았습니다. 일반교육은 인민학교(초등학교)처럼 받고 음악레슨은 대학 교수에게 개별 교육을 받습니다.

처음에는 어린 나이에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차츰 음악을 배워 가면서 나만의 음악 테두리가 생기고 흔히 남한 말로 ‘필을 받아’ 계속 파고 들었죠.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하고 러시아 차이코프스키국립음악원에 유학했습니다. 그곳에서 음악의 영역과 견문을 넓히는 기회가 됐죠.

인권문제 알리는 것 중요하나 과격한 방법 안돼

– 구체적으로 북한의 문화를 어떻게 전파하실 건지?

제가 볼 때 남북 통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서로를 알지 못하면 통일되어도 통합되지 못하고 사회적 혼란이 생길 것입니다.

요즘은 북한의 현실이 많이 알려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많이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남한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단, 북한에 나쁜 면이 많다고 해도 좋은 면까지 나쁘게 몰아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남한 대학생들에게 객관적이며 냉철한 시각을 갖도록 하는 역할을 제가 하고 싶습니다.

-인권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알려나가야 할까요?

특히 북한의 인권문제를 부각시켜 널리 알리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북한인권에 대한 남한 사회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북한 인민들에게도 ‘인권’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모두에게 필요한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음악의 방법을 비롯해서 다양하게 전파해야 합니다.

– 개인적으로 꿈이 있다면?

종종 북한음악에 맞춰 남한의 가수들이 가극을 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 가극에 나는 작곡을 하고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습니다. 문화 예술로 하나가 되는 통일 국가를 만드는데 한몫하고 싶습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