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생산잠재력 총발동” 주문에도 기업소 생산 ‘꽁꽁’

대동강식료공장에서 술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기사와 무관) /사진=북한매체 ‘메아리’ 캡처.

북한 당국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정면돌파전’의 기본전선으로 경제를 강조하면서 생산잠재력 발동을 주문하고 있지만, 내부 기업소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여전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평성지역의 기업소 180여 개 가운데 생산기업이 35개인데, 정상적인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기업소는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그중에서도 노임(월급)을 주는 기업은 5개 정도뿐”이라고 전했다.

특히 소식통은 기업소에서 노동자들에게 주는 임금마저도 현금이 아니라 현물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금으로 시장임금을 주는 단위는 거의 없고 쌀, 옥수수, 기름, 밀가루 등 상품으로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임금은 직위와 직종, 노동연한(연차), 급수 등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평균적으로 5000원 정도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이 언급한 임금은 국영기업소에 해당하는 것으로, 현재 평성지역 국영기업소에서는 시장에서 5000원 어치로 살 수 있는 현물을 임금으로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북한 내 시장에서 국내산 쌀이 1kg당 북한 돈 4600~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영기업소에서는 노동자들에게 국내산 쌀 1kg을 한 달 임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셈이 된다.

다만 돈주 등 개인에 의해 운영되는 기업소의 월 평균 임금은 국영기업소의 100배 정도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예컨대 국영기업소의 월 평균 임금이 5000원이라면 개인기업소는 월 50만 원이 된다는 것. 역시 임금은 현금이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그에 상응하는 현물이 지급된다고 한다.

한편 소식통은 기업의 생산활동에서 자율성이 보장되고 있는지와 관련, “아직까지는 기업의 자율성이 당 조직의 지도와 통제 밖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할 수 없다”면서 “기업의 관리일꾼은 당원이 아니면 못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당 조직의 지도와 통제는 계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의 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현실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인 지난 2014년 기업소법을 개정하면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처음 명시했고, 지난해 4월에는 이를 헌법 조항으로 명문화하기도 했다.

이 제도는 기업에 계획, 자금조달, 재정관리, 수익 처분 등의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김정은 시대 대표적 경제개혁 조치로 꼽힌다. 생산과 분배에 있어 기업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시장경제 시스템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여전히 계획경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평가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기업소의) 지분을 가지는 것이 원칙적으로 승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들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기보다는 단기 상품 생산을 위해 투자하고, 원금을 회수하거나 이윤을 챙기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사회적 과제만 하면서 (명맥을) 유지하는 기업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소에서는 적극적인 투자 유치와 시장성 있는 제품 생산으로 큰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평성식료공장의 경우 ‘쑥 술’ 생산을 통해 옥수수 7~8t에 해당하는 이윤을 남기고 있다”며 “공장에서는 쑥의 약효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을 이용해 개인 돈주들에게 투자를 받아 생산 공정을 꾸리고 지금까지 계속 생산을 진행하고 있고, 생산에 참여한 기술자 1명과 노동자 5명에게 배급과 생활비, 식료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