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 때보다 ‘北 붕괴’ 가능성 높아”

북한 체제가 조기 붕괴될 가능성은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붕괴 직후와 김일성 사망 직후 식량난 때보다 현 시점이 더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980년대 주사파의 대부로 불렸던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은 ‘시대정신’(2008가을호)에 기고한 ‘북한체제 붕괴의 형태와 경로’라는 제하의 특집논문에서 “꼭 2~3년 내에 북한 체제가 붕괴할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체제의 붕괴가 현저히 가까이 다가 왔다는 것은 명확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은 김정일 체제 붕괴를 촉진하고 있는 요인들에 대해 김정일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위와 권력이 여전히 분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점과 김정일이 자신을 대처할 수 있는 개인이나 그룹을 육성하는 것을 꺼렸고, 지금도 후계자 선정을 꺼리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지난 20여년에 걸쳐 (북한 인민들은) 체제와 지도자에 대한 실망이 조금씩 확대됐고, 지금은 그 실망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 북한은 생존을 위해 한국, 중국과 교류확대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있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북한 붕괴의 유형에 대해선 ‘김정일의 사망’, ‘민중 봉기’, ‘쿠테타’, ‘중앙권력투쟁’, ‘전쟁’ 등을 들어 설명했고, 이 중 김정일 사후 북한사회는 혼란이 발생해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붕괴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이념 투쟁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의 경우 공산당 내 민주주의가 전혀 없고 이념적 논쟁의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은 이어 “민중봉기의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군의 개입 없이 민중봉기 만으로 권력이 변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쿠데타의 발생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군의 동요가 발생하면 북한 체제가 빠르게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권력투쟁이 발생한다면 김정일 가족들 사이의 후계자 문제와 관련한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 북한, 중국 모두 한반도 전쟁을 두려워하고 있어 전쟁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붕괴될 경우는 혼란으로 인한 내전이나 보복, 치안 부재 등의 이유로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불안 요소에 따라 국제 신용도가 낮아져서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일에 대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이 통일 혹은 준통일 상태로 돌입함으로써 혼란과 정체에 빠질 수 있고, 엄청난 통일 비용을 요구할 수 있으며, 북한 체제의 붕괴를 통한 해결은 북한 주민의 자존심과 사기를 완전히 꺾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북한체제의 붕괴는 둥북아에 파국을 가져오기 때문에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하며 “북한 붕괴는 외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체제 붕괴에 대한 현실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내전 발생 양상에 대한 전망에서는 “김정일의 사망이든, 민중 봉기든, 군사 쿠데타든 (북한에서) 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은) 이를 자체적으로 완전히 수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어느 한 세력이 상대방을 완전히 패퇴시킬 수는 있지만, 이미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조건에서 오직 김정일의 어마어마한 권력과 권위로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어떤 특정세력이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체제 붕괴 이후에 대해선 “북한은 사실 정치 경험이란 측면에서 거의 신생국”이라며 “현실적으로 행정·경제적으로는 지나치게 급격한 변화는 경계하되, 빠른 속도의 개혁개방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 중국과 달리 한국은 북한에 대해 좀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지만 연방제의 형식적 통일을 하든, 아니면 형식적 통일을 좀 미루든 상관없이 북한의 정치적·행정적·문화적 독자성과 독립성은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즉각적인 통일을 한다는 것은 남북한의 현 조건에서 거의 불가능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북한 붕괴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옵션’이라는 제하의 특집논문에서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는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 발전시키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할 수 있게 양국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중국은 전략적으로 대북지원을 지속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고립에 처한 북한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전략적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적극 권장하고 있고, 불안정한 상황불가, 붕괴불가, 핵 불가, 난민불가, 갈등 고조화 불가 등 5가지 불가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한 중국의 시각에 대한 설명에서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주한미군문제부터 한반도의 중립화와 대만문제 분리에 대한 논의와 협상에 적극 참여하고 건설적인 성과를 위해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제외하고는 외국 소요사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내정 불간섭 원칙을 표명해왔고, 중국전문가들은 북한 유사시나 붕괴사태 때 단독적인 개입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전략적 옵션은 중조우호조약에 의거한 중국의 단독개입, 미국과의 공조를 통한 개입, 중국이 가장 선호하는 유엔을 통한 북한붕괴의 사후문제 처리방식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민주화포럼 이동복 상임대표도 ‘북한 붕괴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응방안’이란 논문에서 “북한붕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북한붕괴에 대비해서 정부차원에서 북한급변사태 대비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김영삼 정부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바뀌면서 북한급변사태 대비해 계획화했던 ‘평화계획’에서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에 자극적이거나 도발적인 일체의 행동을 금기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