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자력갱생 강조하더니…金 노작은 美 ‘MS워드’로 제작

북한 웹사이트 조선의출판물에 올라온 김정은 국무위원장 노작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워드로 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MS워드로 제작된 해당 문서는 어도비사의 변환 프로그램을 통해 PDF 파일로 변환됐다. / 사진=데일리NK

국산화와 자력갱생을 강조해 온 북한이 자체 개발 프로그램이 아닌 외국 프로그램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의 어록이나 이론을 담은 서적을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가 북한 웹사이트 조선의출판물에 ‘노작(勞作)’ 카테고리에 올라와 있는 문서의 메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社)의 워드로 사용해 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작은 김 위원장, 김일성, 김정일이 만든 사회주의 혁명이론이나 담화 등을 담은 저서를 말한다. 해당 책들은 각종 우상화 교육 자료로 활용된다.

북한 웹사이트 조선의출판물에 올라온 김일성 노작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워드로 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MS워드로 제작된 해당 문서는 어도비사의 변환 프로그램을 통해 PDF 파일로 변환됐다. /사진=데일리NK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김일성의 ‘한미군사협정의 반동성을 폭로할 데 대하여’는 ’MS 워드(Word)’로 작성한 후 미국 기업 어도비의 ‘Acrobat Distiller’를 통해 PDF 파일로 변환됐다.

‘Acrobat Distiller’는 다른 응용프로그램에서 만든 파일을 PDF로 변환시키는 프로그램이다.

김 위원장의 ‘조선소년단원들은 사회주의 조국의 참된 아들딸, 소년혁명가가 되자’는 제목의 문서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제작됐다.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다른 노작들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북한은 MS오피스를 모방해 ‘서광 사무처리’라는 문서 편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북한 당국은 ‘서광 사무처리’ 프로그램이 사무자동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북한산 노트북과 스마트폰에도 해당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 정작 ‘노작’은 국산 프로그램이 아닌 외국산 프로그램으로 제작해 배포하고 있던 셈이다.

주민들에게는 국산품 애용과 자력갱생을 강조했지만 정작 북한 당국은 압도적인 성능과 편의성에 외국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웹사이트 조선의출판물에 올라온 도서가 미국 어도비사의 인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제작됐다. / 사진=데일리NK

또한, 북한은 어도비사의 인디자인(Indesign)을 이용해 출판물을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의출판물에 올라온 도서 중 ‘조선’ ‘금수강산’ ‘Foreign Trade’ ‘어랑천 발전소 팔향 언제(댐)’ 등이 인디자인으로 제작됐다.

인디자인은 인쇄 및 디지털 미디어를 위한 배열 및 페이지 디자인 소프트웨어다.

이 뿐만 아니라 북한은 미국 쿼크(Quark)사의 전자출판 프로그램 ‘QuarkXPress’를 이용해 노동신문을 제작하고 있으며 각종 사진 편집은 어도비의 포토샵을 이용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미국 기업 쿼크의 편집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다. /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정확히 사용권을 구입한 이후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하는지 여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 대북제재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북한에 정식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북한이 정식 사용권 없이 불법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북한의 각종 웹사이트는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의 아파치 서버를 이용해 운영 중이며 자바스크립트, PHP 등 각종 웹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주민들의 외부 정보·기술 이용은 철저히 막으면서 정작 당국은 이를 체제 유지에 적극 활용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