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비법활동 전문 8·4상무 확대조직… “의약품 도매상 가택수사”

지난해 10월경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완장을 차고 순찰을 돌고 있는 시장 관리원이 눈에 띈다. /사진=데일리NK 내부소식통

북한 당국이 중국과 인접한 국경지역 주민들의 비법 행위를 통제하기 위해 인민보안서(경찰)와 검찰, 당 기관으로 구성된  ‘8·4 그루빠(상무)’를 신설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들이 알려왔다.

8·4상무의 등장은 보안기관들의 감찰과 단속 기능을 합쳐서 국경지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경지역에서 이뤄지는 외국과의 전화통화나 밀수, 탈북자 가족들의 송금은 국경경비대, 인민보안서, 국가보위성 등이 개별적으로 담당해왔다.

8·4상무는 북한에서 남한 영상물이나 노래 등을 전문적으로 단속하는 109상무와 유사한 조직 형태로 볼 수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2014년 경에 보안서에 마약과가 만들어져 집중 단속을 벌였다”면서 “이 조직이 국경지역에서 이뤄지는 마약밀매, 불법 전화, 불법 장사를 단속하는 그루빠로 조직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해 8월 4일 방침으로 내려온 마약단속 지침에 따라 조직돼 8·4그루빠란 이름이 처음 붙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올해 3월 하순부터는 8·4상무의 단속 범위가 국경지역 비법행위에 그치지 않고 개인집에서 하는 장사행위까지 단속하며 주민 생활 반경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상무가 결성된 이후 검열성원들은 길거리 장마당이라든가 매대집을 하는 주민들에 ‘시장에 나가서 장사를 해라’는 말로 통제를 해왔고 이후 지속적으로 길거리 장사를 단속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국경에서의 탈북과 불법밀수, 마약행위와 인신매매를 단속하고 통제해야 하는 것이 주 업무로 보안원 위주로 구성됐다”면서 “조미(북미)회담이 있을 때부터 갑자기 검찰과 보위부가 개입이 되면서 확장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현재는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과 직맹(직업총동맹), 청년동맹(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등 노동당 외곽단체들도 참여하게 되면서 연합지휘부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지역의 당 행정, 사법기관이 다 참여한 그루빠의 최근 행보가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메뚜기장사꾼까지 단속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올해 들어서면서 단속의 강도가 세졌는데, 이에 대해 주민들 속에서는 ‘단속원들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검열을 강화해서 벌금을 받아들이려고 할 것’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시장통제를 하지 않아서 그나마 살 수가 있었는데 개인집 장사나 메뚜기 장사(매대 없는 길거리 장사)까지 단속하니 살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지금 시군을 가리지 않고 8·4그루빠가 조직돼 개인집 검열까지 진행하고 있다”면서 “시장에서 판매가 금지된 상품을 대상으로 감시와 단속을 하고, 필요하면 가택 영장까지 들고와서 집들을 뒤진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청진에서 의약품 도매를 하던 도매상의 집을 수색해 약품을 압수해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