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농사한 수박 바쳐라”…황당한 요구에 주민들 ‘분개’

2019년 6월 함경북도 국경지대의 모습. 한 밭에서 북한 주민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양강도에서 개인 텃밭을 일궈 수박 농사를 한 주민들에게 수확물의 절반 이상을 국가에 바치라는 도당(道黨)의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어렵게 수박 농사를 지어온 주민들은 도당의 황당한 요구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양강도당은 9월 안에 도안의 초·중등학원 원아들에게 수박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개인들이 농사한 수박 50% 이상을 국가에 바치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어 주민들이 분격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수박을 기른 주민 대부분은 없는 살림에 식량으로 바꾸기 위해 수박 농사를 시작한 것인데, 도당은 도내에 따로 수박을 재배하는 농장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초·중등학원 원아들에게 공급하겠다면서 주민들이 힘들게 텃밭을 일궈 수확한 수박을 무조건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배 방법을 연구하고 온실(비닐하우스)을 조성하는 등 주민들이 몇 년을 고생한 끝에 2~3년 전부터 수박 농사가 제대로 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도당은 이를 이용하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김정숙군과 김형직군에서는 도당위원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무조건 재배한 수박 50%를 바치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주민들 속에서 난리가 났다”며 “입에 풀칠도 하기 어려운 형편에 고작 얼마 안 되는 텃밭에서 아직 밑천도 건지지 못한 상태인데 국가에 먼저 바치라니 이 무슨 황당한 궤변이냐며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민들은 “내 땅에 내가 심어서 내가 먹는데 내 텃밭에서 난 것마저 내가 소유하지 못하고 당에서 불호령을 내리니 이런 날강도가 어디 있냐” “초·중등학원 공급이 정 필요하다면 도당에서 돈을 내고 사서 가져갈 노릇이지 개인에게 달려들어 무작정 내놓으라는 것은 무슨 행태냐”면서 한결같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민들은 당에서 기어이 수박을 가져가겠다고 억지를 부리니 우리도 악을 쓰고 대항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로 당장 수박을 실으러 오겠다는 도당에 맞서 그전에 재빨리 수박을 따서 시장에 넘겨주거나 감춰버리겠다는 심산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김정숙군과 김형직군 주민들은 전염병(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어렵게 살았고 지금도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도당이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은 안중에 없고 초·중등학원 원아들에게 공급을 잘해준 것으로 성과를 올리고 중앙에 잘 보이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서 비난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