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숨겨진 함정

노무현 정부가 개성공단에 쏟는 정성은 대단하다. 지난 15일 개성공단에서는 입주한 남한 중소기업 가운데 1차로 리빙아트라는 기업이 최초로 생산한 주방기구들의 출하를 축하하는 행사가 있었다. 남한에서는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경제인 등 400여명이 대거 행사에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 등 5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현재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남한측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모두 13개. 리빙아트, 신원, 에스제이텍, 삼덕통상, 부천공업, 태성산업, 매직마이크로 등 8개 업체가 공장건설에 착수했고 그 가운데 신원, 에스제이텍, 삼덕통상 등이 연내에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1천평의 대지 위에 590평의 공장을 건설한 리빙아트는 지난달부터 본사 인력 16명을 공단에 파견, 북한 근로자 250여 명에 대한 현장교육을 실시해왔다.

지금 남한의 노무현 정권은 우여곡절을 거듭하면서 지속되고 있는 금강산 관광과 함께 개성공단 사업을 김정일의 북한이 개혁ㆍ개방 쪽으로 정책을 선회시키고 있는 증거인 것처럼 북한을 대신하여 설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거기서 더 나아가 개성공단 사업이 성공하면 여기에 입맛을 들인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핵무기 개발도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금 개성공단 사업의 앞길에 시한폭탄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거들떠보려 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이 공단에 입주한 남한기업들이 고용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문제다. 지금 남북한이 개성공단에 적용하기로 합의한 북한 노동자들의 노임은 월 57달러다.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생산성이 그만한 가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북한은 이 노임을 3년간 묶어두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함정이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기업가들의 이윤창출 의욕이다. 이윤창출의 중요한 원천이 노동생산성이다. 비록 지금 시점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생산성이 월 57달러 가치에 상당한다 하더라도, 개성공단에서 이들을 고용하는 남한의 중소기업들은 이들에 대한 교육ㆍ훈련 등을 통해 단시일 안에 이들의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향상된 노동생산성을 이용하여 이윤을 키워나갈 것이 틀림없다.

“북 정권, 한미관계 이간에 활용”

월 57달러의 노임은 한마디로 수탈노임이다. 남한의 경우 2003년도의 통계수치에 의할 때 미국 돈으로 환산한 월평균 임금은 기능공이 1,350달러, 단순 노무자가 880달러 정도다. 따라서 개성공단에 적용되는 북한 노동자들의 노임은 여기에 비하면 각기 6.5%, 4.2%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형편에서 개성공단 입주 남한 기업들이 북한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 제고로 이윤의 폭을 넓혀 갈 때 북한측이 향후 3년간의 임금 57달러 동결 합의를 과연 고수할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이미 1990년대 말 북한 땅 신포에서 진행되었던 경수로 건설 현장에 월 60달러의 노임으로 200명의 북한 노무자를 투입했다가 수개월 뒤에 노임을 200달러로 올릴 것을 요구하면서 이들 북한 노무자들을 철수시켰던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개성공단에서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동포인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이같은 수탈적인 저노임을 남한의 친북세력들이 무한정 방치할 리도 없어 보인다.

문제는 북한의 움직임이다. 북한정권의 경공업성 간부로 체코에 해외파견 근무 도중 2002년 9월 남한으로 망명한 김태선씨는 북한정권도 개성공단 사업이 성공하리라고 보지 않으며, 그러면서도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한미관계를 이간시키는 데 이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여러 가지 내재적 문제로 차질을 일으킬 경우 남한사람들에게 개성공단이 잘못 되는 것은 “미국의 반대와 방해 때문”이라고 선전하여 반미감정을 선동하려 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또 하나의 ‘나진ㆍ선봉’, 또 하나의 ‘신의주’가 될 경우의 사태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고 그러한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동복 / 본지 고문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