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습한다 불러놓고 삼지연 동원 지시…주민들 항의 빗발

삼지연 건설장
삼지연 건설장. /사진=노동신문 캡처

삼지연군 건설 현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동원 기피 및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을 강제 동원하려는 북한 당국의 움직임이 또다시 포착됐다. 실제 최근 양강도 풍서군 유치원 교양원(교사) 강습에서 갑작스럽게 삼지연 건설 동원 지시가 내려져 참가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지난 8일 양강도 풍서군에서 주간 군내 유치원 교양원 강습이 조직돼 교양원들이 집합했는데, 알고 보니 기본 목적이 강습이 아니라 삼지연지구 건설에 보내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명목상 강습일 뿐, 실상은 삼지연군 건설 동원 지시를 내리기 위함이었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부터 진행된 강습에 풍서군 당 행정위원장이 나타나 현장에 모인 유치원 교양원들에게 곧바로 삼지연건설장으로 이동할 것을 지시했다. 강습을 받기 위해 나온 교양원들을 즉시 동원해 삼지연군 건설 현장에 투입하려던 것이다.

그러나 교양원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강습을 한다고 해놓고 삼지연 건설에 동원 나가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며 한목소리로 거세게 항의했다는 전언이다. 군 당 행정위원장은 어떻게든 교양원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이들이 ‘죽어도 못 간다’며 불같이 항의하는 탓에 ‘안 데리고 갈 테니 오후 2시에 다시 강습을 진행하자’면서 급히 상황을 수습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양원들은 유치원에 출근하지도 않고 곧장 집으로 도망쳤고, 그중 일부는 혹여 집으로 데리러 올까 걱정되는 마음에 아는 지인의 집에 머물다 저녁때가 다 돼서야 본인 집으로 돌아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사태가 있기 사흘 전에도 유치원 교양원 강습이 조직됐는데, 당시 당국은 현장에 모인 교양원들을 즉시 동풍호 화물차에 태워 삼지연군 건설 현장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강습은 이때 동원되지 않은 교양원들이나 탁아소 보육원들을 다시 불러 모아 삼지연군 건설 현장에 동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후 위에서는 삼지연군 건설 현장에 동원 나가지 않으려면 중국 돈 50원(위안)을 내라고 지시했는데, 모두가 코웃음을 치며 ‘왜 돈을 내야 하는가’라고 또다시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 노동당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각지 청년대학생들이 삼지연군 건설장에서 사회정치활동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청년대학생들이 건설장에서 취주악대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삼지연군 건설 사업과 관련한 북한 당국의 주민 강제 동원 움직임은 앞서 여러 차례 포착된 바 있다. 지난 6월 말 양강도 도·시·군 내 공장기업소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초급단체에 총동원 지시가 하달됐고, 그보다 앞선 5월 중순에는 평양에서 회의하고 돌아간 시·군 인민위원장들이 각 지역의 인민반장들에게 삼지연 동원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각별한 관심 속에 추진되는 국가 건설 사업에 근로단체 일꾼뿐만 아니라 주민들을 감시·감독하는 관리들까지 동원한 것은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보완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지연군 건설 현장에 투입된 주민들을 통해 현지의 열악한 실태가 전해지면서 대타 인력을 쓰는 등 여러 수단과 방법으로 동원을 기피하고, 심지어는 동원된 현장 인력들이 무단으로 이탈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최근 여름방학을 맞은 전국 각지의 대학생들을 삼지연군 건설 현장에 동원하기도 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전국의 110여 개 대학에서 달려온 48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여름철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삼지연군 꾸리기 건설장에서 사회정치활동을 벌리었다”고 밝혔다.

매체는 ‘사회정치활동’이라고 명명했지만, 사실상 대학생들은 삼지연 건설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공사에 투입됐다. 실제 매체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삼지연소년단야영소와 밀림원 등 공사 현장에서 토량처리·굴착작업·콘크리트치기·지대정리 등의 작업에 나섰으며, 일부 학생들은 취주악대 활동으로 건설자들을 고무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