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직격탄…고산지대 北주민 “올해는 채소도 비실비실”

함경북도 무산군의 채소밭.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진행 : 북한 시장 동향, 데일리NK 강미진 기자와 함께 합니다. 현재 북한 지역에 가뭄이 심하다고 하는데요, 곡물 작황 뿐만 아니라 반찬으로 먹는 채소 작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현지 상황이 어떤가요?

기자 : 춘궁기(春窮期)라는 불청객이 아직도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북한 북부 지역에서 채소가 나기를 기다리는 마음들이 크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북한에서도 기온변화로 십여 년 전보다 1~2도 정도가 높아지면서 농업생산에서도 일정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함경북도와 양강도 등 일부 북부지역들에서는 내륙지역과는 달리 채소가 늦게 나오게 되면서 덩달아 주민들의 마음도 바빠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어디든 비닐하우스 농사가 일반적인데요, 북한에서는 아직까지 하우스농사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조건에서 사철 싱싱한 채소를 먹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만큼 주민들은 춘궁기 밥상을 풍성하게 해줄 채소가 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크다고 북한 주민은 전했습니다.

진행 : 춘궁기 이야기가 나왔는데, 북한 주민들은 춘궁기를 언제까지로 보고 있나요?

기자 : 북한 주민들이 춘궁기를 보내게 된 것은 90년대 중반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데요, 북한 함경북도에서 살고 있는 한 주민에 따르면 북부지역은 이때쯤은 도시나 농촌이나 춘궁기 절정입니다. 소식을 전한 주민은 햇곡식이 나오려면 아직도 3주 남짓한 기간을 보내야 하는데 하루가 지루할 정도로 날도 안 간다고 하면서 이럴 때 채소라도 넉넉했으면 주부들의 얼굴이 그늘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채소를 기다리는 주민들의 심정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주민들의 이런 춘궁기 시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데요, 농업부분에서는 저장성은 낮으나 식용으로는 가능한 품종의 곡물들을 연구 개발하여 전국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주민들의 춘궁기 기간이 대폭 줄어들기도 했죠. 북한 전역에서 6월 초나 중순경이면 보리와 밀 그리고 감자수확이 있게 되는데, 문제는 그 전까지 주민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줄 채소가 빨리 나오기를 주민들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죠.

진행 : 한국에서는 사철 채소가 나오기 때문에 채소가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게 좀 이해가 안되는데요, 북한 주민들은 해마다 채소 나오는 시기를 기다린다고 하죠?

기자 : 네, 소식통에 따르면 날씨가 좀 따뜻한 남쪽 지역들에서는 4월 중순이 지나서부터는 시금치를 비롯한 채소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기온이 낮은 북부 지역에서는 5월 말이라야 시금치와 근대를 비롯한 채소를 먹을 수 있습니다. 거기다 올해는 일찍 가뭄이 들면서 씨붙임부터 주민들의 가슴을 태우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소식통은 올해는 일찍 가뭄이 들어서 채소도 영 시원치 않다면서 쌀이 넉넉지 못하면 채소라도 많아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넉넉하지 못한 실정이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습니다.

진행 : 북한 북부지역은 중국과 인접한 지역들이 있으니까, 중국에서 채소를 수입하거나 밀수해서 먹을 수는 없습니까?

기자 : 해당 소식을 전해온 북한 주민도 이따금 중국에서 애호박도 들어오는데, 강 건너온 것이라 가격이 비싸서 주민들은 눈요기만 할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주민의 말은 북부지역에서는 애호박이 나오려면 6월 말이 돼야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애호박 이야기를 하니까 오늘 아침 애호박으로 국을 끓여먹고 나온 마음이 개운하지 않네요, 제가 살았던 양강도 지역에서도 호박은 빨라야 6월 말부터 먹게 되고 7월이면 대부분 가정들에서 호박 국을 끓여 먹게 됩니다. 일 년에 한 때만 먹을 수 있는 애호박농사에 일부 주민들은 근접 국가인 중국에 비교하면서 부러움을 보이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강을 하나 사이에 둔 중국에서는 사철 싱싱한 채소들이 생산되고 있고 우리 쪽은 한여름에만 생산되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라고 쉽게 말한다면서 우리가 중국 사람들보다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못사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불만을 보이는 주민들도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진행 : 채소가 한창 나와야 하는 철에 채소를 먹지 못하면 북한 북부지역 주민들은 지금 어떤 반찬을 주로 먹는가요?

기자 : 북부지역에서는 현재 감자와 콩을 비롯한 곡물 파종이 한창인데요. 엊그제 연락이 닿았던 한 소식통은 현재 농촌동원을 나가거나 개인 소토지 농자를 하는 주민들의 점심반찬으로는 감자 반찬과 여러 종류의 김치, 고추장이 대부분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행히 산에 가면 최근에 돋아나는 산나물들이 많아서 그나마 풍성한 밥반찬으로 먹을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북한에서 살 때 파종을 하는 시기에 돋아나는 잔대 잎이나 오이나물, 취나물 등 갖가지 나물들에 고추장을 찍어 먹기도 했었는데요, 고추장 한 가지만 있어도 점심 반찬으로 현지에서 여러 가지 자연산 산나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지금에는 추억이 됐네요.

진행 : 북한에서 비닐 하우스 농사가 일반화 돼 있지 않다고 하셨는데, 북한 TV 방송을 보면 비닐 하우스 농사를 소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 건가요?

기자 : 현재 북한에서는 개인들이 비닐하우스를 이용하여 채소생산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군부대의 후방기지라든가, 농업과학기관, 그리고 일부 1, 2급 기업소들에서는 자체로 비닐하우스농사를 하여 비철 남새들도 조금씩 공급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량 생산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량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좀 있는 일부 주민들은 개인 텃밭에 자그마한 하우스를 만들어 놓고 일부 시장성이 있는 채소들을 생산하여 비철에 비싸게 팔기도 하고 자신들이 먹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다만 이런 모습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소식통은 부연했습니다. 국영농장이나 북한 농업성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부 단위의 협동농장들에서도 하우스 재배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전국적인 범위로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평가는 냉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진행 : 지금까지 북한 주민들의 봄철 채소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마지막으로 북한 시장 물가 알아볼까요?

기자 : 네, 최근 북한 일부 지역들의 시장동향입니다. 쌀 1kg 당 평양 4300원, 신의주 4290원, 혜산 4500원이고요, 옥수수는 1kg 당 평양 1350원, 신의주 1310원, 혜산 1500원입니다.

다음은 환율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025원, 신의주 8030원, 혜산 8040원이고 1위안 당 평양 1250원, 신의주 1220원, 혜산 125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 당 평양 14200원, 신의주 13000원, 혜산 12000원입니다. 다음은 유류 가격입니다. 휘발유는 1kg 당 평양 9600원, 신의주 9500원, 혜산 9600원이고 디젤유는 1kg 당 평양 6500원, 신의주 6400원, 혜산 65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진행 : 북한 시장 동향, 데일리NK 강미진 기자였습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