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정책 비난’ 軍民 지휘관 2명, 수해복구 현장서 공개재판

'만년대계 왜 힘 안 쓰냐' 비난, 지휘부 귀에 들어가...소식통 "3500명 앞에서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이천군 피해 복구에 참가한 원산갈마해안 관광지구건설 개성시여단의 일꾼들과 건설자들이 살림집(주택) 건설을 힘있게 다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오는 당 창건 75주는 기념일(10월10일)까지 수해 복구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인민군을 중심으로 각 지역 장마 및 태풍 피해 복구 전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강원도 수해복구 현장에서 당국의 정책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군 간부들을 공개재판 후 체포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데일리NK 군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앞서 15일 밤 강원도 이천군에 파견된 5군단(강원도 평강군 소재) 직속 사관대대 참모장(중좌)과 사회건설지휘부로 파견돼 내려온 건설관리국 여단 후방부 여단장이 술자리에서 당국의 처사를 비난하고 또 서로 맞장구를 쳤다.

먼저 참모장은 ‘우리나라는 매해 큰물(홍수)에 허물어진 집, 공장, 도로들을 복구하면서도 치산치수 같은 만년대계 사업에 힘을 안 넣는다. 맨날 인민군대만 돌격앞으로 하면서 군인들을 배불리먹이지도 않고 혹사시키니 전쟁이 일어나면 끝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하기훈련 기간(7~9월)임에도 불구하고 무력 최고사령관(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 한마디에 군인들이 피해 복구에 주력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다.

이에 여단장은 ‘당(黨)에서는 말로만 다 해먹는다. 선전하고 명령하면 우리는 군민(軍民)이 모두 돌격대가 되어서 못 먹으면서도 이런 개고생을 한다. 불쌍해 죽겠다’고 답했다. 현장 간부들이 서로 상부의 잘못된 지시에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위로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술자리가 벌어진 건설관리국 여단 지휘부 천막 안에 음식을 날라주던 사회통계원(여성·20대 중반)이 이 같은 불만을 엿들으면서 시작됐다.

바로 강원도 군민피해복구 지휘부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고, 이틀 후인 17일 오전 작업 시작 전 피해 복구에 동원된 군민과 지역주민 3500여 명을 모아놓고 ‘공개재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참모장과 여단장은 ‘당 정책을 헐뜯고 군민의 전진에 저해를 주는 반당적 행위를 한 인물들’이라는 낙인이 찍혀, 끝내 공개 체포됐다.

특히 이후 여단장은 국가보위성에 넘겨지고, 참모장은 군 보위국(前 보위사령부)에 의해 호송됐다. 체제 비난 동향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공포 분위기를 일부러 조성했다는 것이다.

한편, 군 간부들을 중심으로 ‘혁명적 당군에서 어찌 저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나오나’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저들이 했던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지 않냐’고 동요하는 군인들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