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검열조마저 비리… “돈 말고 담배 ‘묘향’으로 뇌물달라” 압박

총정치국 78호실, 3군단 올해 2차례 검열...소식통 "국가 공급 미흡에 뇌물 갈취하겠다는 뜻"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 하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확대회의가 전날(지난 18일) 진행됐다고 전했다. 전날 확대회의는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렸으며 인민군 지휘 성원들의 정치사상 생활과 군사 사업 문제 등이 논의됐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군대 내에서도 식량 배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군 당국이 뇌물을 챙기기 위한 목적으로 잇따라 단속·검열을 단행, 내부에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군 내부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에 “요즘엔 총정치국, 총참모부, 인민무력성, 보위국(前 보위사령부)들이 앞다투어 경쟁적으로 별의별 검열을 다 하고 있다”면서 “식량값은 파동이 심하고 부대 본인 배급이 1/3로 줄어드니 먹고 살기 위한 길에 간부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식량 배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총정치국 간부들까지도 툭하면 검열을 조직해 말단 부대들을 괴롭힌다”면서 식량 사정 악화가 말만 부대뿐만 아니라 군 수뇌부인 총정치국에도 파고들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7일 밤 북한군 3군단 지휘부(남포특별시)에 돌연 총정치국 78호실(평양시 서성구역 석봉동)의 검열원들이 들이닥쳤다.

여기서 78호실은 총정치국 조직부 직속 부서로, 컴퓨터와 TV 등 기기들과 비사회주의 영상물을 관리·검열하는 기관이다. 즉 ‘외부 정보 유입’과 관련된 모든 동향을 장악, 총정치국 조직부로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이 조직이 올해 봄에 3군단 검열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1년에 한 번도 나오지 않기도 했었는데, 올해는 벌써 두 번째 단속을 단행했다는 것. 이에 “재차 단속을 벌여 군단 지휘부 군관, 가족들로부터 뇌물을 강제로 요구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3군단에는 얼마 전 군 통신국 ‘3방송(군부대 구내 및 병영, 전투근무장 유선방송) 검열’도 진행돼 뇌물을 착취해갔다고 한다. 이처럼 각기 다른 검열조가 잇따라 한 군단에 들이닥친 것도 이례적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이들이 자금이 아닌 물품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이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일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78호실 검열원들은 노골적으로 우리나라(북한)에서 고급으로 평가되는 ‘묘향’ 담배를 달라고 이야기한다”면서 “지휘부 군관들은 뇌물 행위가 드러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 문제가 되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많은 양을 확보해 뒷거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검열원들이 ‘묘향’담배를 원하는 이유로는 품질이 양호하다는 점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로 가장 많이 가격이 오른(한 갑 15위안→23위안)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돈으로도 전환하기 좋아 ‘묘향’을 꼭 짚어서 원한다”는 것이다.

한편 3군단에서는 이번 검열에서 당국이 코로나 방역을 위해 전국 유동을 금지한 상황임에도 본인 가정집의 빈곤 사정으로 고향집에 돈이나 식량을 구하러 부대를 이탈한 군관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한다.

또한 총정치국 78호실 검열원들이 비사회주의 영상물이나 미등록된 미디어 기기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의 간부부(장교 인사 담당), 정치부, 보위부, 후방부 군관들이 걸려들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