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분노·적대감에 회담 부적절” vs 北 “언제든 마주앉을 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됐던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미국 백악관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통해 정상회담 취소를 알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당신과 함께 그곳에 있기를 매우 고대했지만, 애석하게도, 당신들의(북한) 가장 최근 발언에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지금 시점에서 오랫동안 계획돼온 이 회담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신들의 핵 능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의 것(핵무기)은 신에게 이 무기들을 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해야 할 정도로 엄청나고 강력하다”고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회담 취소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에서 회담 취소 이유로 거론한 “가장 최근 발언”은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핵 위협한 것을 가르키는 것으로 보인다.

최 부상은 24일 “펜스 미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하고 북미정상회담 재검토를 상부에 건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있다”고 미국을 위협했다.

최 부상의 발언 이외에도 미국은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회담이 불필요하다고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지난 며칠간 김정은 위원장과 나 사이에 합의한 대로 회담을 진행하기 위해 우리 협상단은 무척 노력했다. 그러나 우리 문의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 “약 2주 전 북한 측이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던 실무회담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주 북한의 남북고위급회담 취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전문가를 초청하기로 한 약속을 어긴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는 관측이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의 여지를 남겨 향후 정상회담이 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 훌륭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느꼈다”며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과 관련해 당신이 마음을 바꾼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써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2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문을 통해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밝혔다.

또한, 김 부상은 “위임에 따라 담화를 발표하였다”고 말해 담화에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여 북한 역시 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통해 정상회담 취소를 공식화했다. /사진=백악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