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식량 지원엔 “시시껄렁”…러시아엔 “관계 발전 이바지”

북 매체, 연일 정부 대북 식량지원 비난

식량 지원 대외 원조 쌀
원조용으로 지원하는 쌀이 지난해 5월 전북 군산항 5부두에서 출항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

북한 매체가 연일 우리 정부의 식량지원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27일 ‘북남관계발전의 지름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 무슨 인도주의적 지원과 협력교류에 대해 떠들어대면서 마치도 선언이행에 관심이나 있는 듯이 생색을 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매체는 이어 “북남관계에서의 속도조절을 강박하는 외세의 눈치만 보면서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역사적인 북남선언들과 군사분야 합의서의 이행을 회피하며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는 등 적대행위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며 “근본 문제들을 풀어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비본질적이고 부차적인 문제나 들고 다니면서 그것이 선언이행을 위한 것인 듯 행세하는 것은 민심을 기만하는 행위”라고도 했다.

우리 정부의 식량 지원 문제는 ‘비본질적이고 부차적인 문제’라고 평가절하하면서 근본 문제인 한미연합훈련을 먼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북한의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도 26일 ‘근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부차적이고 시시껄렁한 인도주의 지원과 비정치적 협력 교류나 좀 한다고 일이 제대로 풀릴 수 있겠는가”라며 “북남선언에 제시된 근본적인 문제들을 성실히 이행하는 실천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매체는 또 “남측이 근본 문제들을 제쳐둔 채 인도주의적 지원과 교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저들도 북남선언 이행을 위해 할 바를 다하는 듯이 생색이나 내고 여론을 기만해보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매체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비난을 이어갔다. 매체는 “(남측이)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계속 벌리는 등 은폐된 적대 행위에 매달리고 있다”며 “그러한 불성실한 자세, 비뚤어진 행동들이 여론의 비난을 자아내자 최근에는 그 무슨 인도주의 지원과 비정치적 협력 교류에 대해 떠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연합훈련을 완전 중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북 식량 지원이나 남북 교류를 이어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한 셈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3일 중국 선양에서 예정돼 있던 남북 민간단체들의 만남을 약속 당일 갑작스럽게 취소시켜 행사가 무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정부는 러시아로부터 무상 식량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26일 “로씨야(러시아) 정부가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기증한 밀이 25일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신문은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은 밀의 규모 등 구체적인 사안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월 식량부족을 우려해 러시아 측에 밀 10만t 지원을 요청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5만t만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4일에도 러시아가 기증한 밀이 도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에 북한이 지원받은 밀은 올 초 러시아가 약속한 5만t의 밀 중 일부인 것으로 추정된다.

신문은 “로씨야련방 정부의 식량지원은 조로(북러)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를 가일충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며 외교적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북한은 또다른 우방국인 중국으로부터도 지난해 쌀 1,000톤과 비료 16만 2000여톤을 무상으로 지원받은 바 있다. 전통 우방국으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으면서 우리 정부의 식량 지원엔 날을 세우며 비난하고 나서는 것은 인도적 지원만으로는 관계를 개선할 수 없음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우리 정부로 하여금 북미 대화를 위해 미국을 압박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