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기자단, 풍계리 취재 극적 성사…北 막판 반전 의도는?

북한이 23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남측 기자단의 명단을 접수했다. 그간 북한이 줄곧 명단 접수를 거부하면서 취재 무산이 확실시되던 남측 기자단이 극적으로 방북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북한이 명단 접수를 미루며 막판까지 우리 정부를 애태운 것은 ‘남한 흔들기’를 통해 자신이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데일리NK에 “결국 북한은 지금의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라는 점을 계속 확인시켜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현 상황에서 한국이 무언가 역할을 하고싶어 한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서 자신들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나를 서툴게 보지 말라’는 목소리를 낸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자존심을 살리려 했던 것이고, ‘할 말은 한다’는 차원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그럼에도 결국 북한이 (남측 기자단의 명단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남북관계를 떼어놓고 갈 수 없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게 아니겠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북한이 이날 오전 남측 기자단의 명단을 접수하는 반전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할 한국 공동취재단은 급히 성남공항으로 집결, 오후 12시 30분께 정부 수송기편으로 강원도 원산으로 향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남측 기자단을 태운 정부 수송기의 운항 경로와 관련, “기본적으로 원산공항이기 때문에 동해 직항로라고 판단된다”며 “항공기 운항 등 전반적인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사전협의가 충분히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남측 기자단이 돌아오는 경로에 대해 “방북한 다른 국가 기자 일행들과 함께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측 기자단은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등 타국 기자단과 마찬가지로 원산에서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귀국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를 위해 북한으로 향하는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오후 성남서울공항에 대기하고 있는 정부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밖에 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전격적으로 기자단 명단을 접수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북측에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며 “(북측이) 늦게나마 명단을 접수한 것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남측 공동취재단이 참여하게 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시작으로 북미정상회담과 각급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판문점 개시통화 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방문해 취재할 우리 측 공동취재단 기자 8명의 명단을 북측에 통보했으며, 북측은 이를 접수했다. 이는 지난 18일 정부가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처음으로 명단 전달을 시도한 지 엿새 만에 이뤄진 것이다.

앞서 남측 공동취재단은 북한이 명단 접수를 거부하던 상태에서 북측이 지정한 취재진 집결지인 중국 베이징으로 향했으나, 타국 기자들과 달리 북측이 마련한 고려항공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해 23일 새벽 한국으로 돌아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