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원 쌀, NGO 동행 투명분배 해보자

▲ 정부는 올해 50만톤의 쌀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 <연합>

대북지원 식량의 분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지원단체(NGO)의 역할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 NGO 모니터 요원의 분배 현장 동행과 정부지원 식량 일부분을 민간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지난 1일 마커스 놀랜드 미국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정부)이 지원하는 식량의 경우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하지 않기 때문에 투명성 보장이 어렵다”며 식량배분 투명성 문제를 본격 제기했다.

이에 통일부는 다음날 즉시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놀랜드 연구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2000년부터 정부가 분배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온 사례를 열거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투명성 논란이 증폭되자 대북 지원단체와 북한인권 단체들은 분배 현장을 확인하는 자리에 NGO 모니터 요원이 참여하거나, 정부 지원식량의 일정부분을 NGO를 통해 지원할 때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DailyNK와의 전화통화에서 “올해 쌀 50만t을 지원하면서 10만t 마다 4회씩 총 20 차례 분배 현장 확인을 갖기로 북측과 합의 했다”면서 “투명성 확보 수준이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직원 현장방문, 5인 1조로 인터뷰-촬영”

통일부는 현재 1회 현장 확인을 위해 5명의 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정부 인원들은 현장 방문에서 관련 자료 확인, 주민 인터뷰, 시진 및 비디오 촬영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쌀 지원이 마무리되는 11월까지 동해안과 서해안 마을 10개씩을 방문한다.

그러나 모니터 요원이 태부족한 데다, 북한과 사전에 약속한 곳만 방문하고 있어 검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의 대북 지원이 남북협력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측에 분배 투명성 요구를 진척시키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존재한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강영식 사무국장은 대북 투명성 문제와 관련, “당국간 지원 문제는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경협, 정치적 이해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투명성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NGO를 통하게 되면 정부보다 훨씬 자유롭게 모니터링과 투명성 개선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며 대북 민간 지원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놀랜드 연구원도 1일 발표한 「굶주림과 인권, 북한의 정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부 원조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WFP와 같은 공인된 국제기구를 통해 원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도적 대북지원단체 <한국JTS> 김경희 사무국장은 “정부 지원은 국가간 행위이기 때문에 투명성을 강제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오히려 민간차원 지원에 대한 투명성 확보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충분한 인원, 장기 거주 필요

분배 투명성 개선을 또 하나의 방법으로 한국 정부 인원이 북한 내 분배현장을 방문할 때 NGO 모니터 요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오경섭 사무국장은 “지난 2003년에도 통일부에 이러한 내용의 정책건의서를 제출했지만,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정부가 난색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NGO가 동행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북한에 대해서도 좀더 과감한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사전예고 없는 현장 방문, 충분한 모니터 요원 및 기간 확보 등이 안될 경우 시민단체 참여만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박상학 사무국장은 “남한 쌀은 동남아나 중국산보다 품질이 좋아 당 간부나 체제유지 세력이 처음부터 눈독을 들이고 중간에서 갈취하고 있다”면서 “남한 쌀을 배급받아 먹어본 주민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북한과 같이 닫힌 사회는 현실적으로 투명한 검증을 하기 어렵다”면서 “충분한 인원이 장기간 거주하면서 감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