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상인 ‘장마당’서 ‘골목장’으로 이동”

▲ 평양 선교시장 바깥의 무허가 시장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북한 당국의 ‘장마당(시장)’ 통제가 강화되자 상인들이 주택가 주변의 ‘골목장(골목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척 방문차 중국 단둥(丹東)을 방문한 김철남(가명·평양거주48)씨는 1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1월 15일 이후로 장마당에 대한 단속이 더욱 강화되면서 평양시내 장마당이 실제로 예전의 농민시장과 비슷하게 변해가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씨는 “장마당에서 장사를 못하게 되자 주민들이 주택가 주변 ‘골목장’으로 몰리고 있다”며 “골목장은 동네마다 1~2개씩 있는데 평양 송신구역 두루1동 골목장과 두루2동 골목장의 경우 장사하는 사람만 100여명에 이른다. 이전에는 30~40명 정도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골목장은 아니지만 골목장 보다 큰 규모로 물건들이 거래되는 곳도 생겼다”면서 “평양시내 송신 입체교차로 밑에는 얼마 전부터 저녁 6시 이후 큰 장이 서는데, 사람들이 많을 경우 400여명 정도가 물건을 팔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들리는 말로는 최근 교체된 평양시 당 책임비서가 기존의 장마당을 농민시장으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김정일에게 제기했고, 그 제기를 김정일이 승인 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양시 당 책임비서에 대한 원망도 원망이지만 장마당 한 번 방문하지 않고 바로 승인 비준한 (김정일)장군님에 대한 원망도 많다”고 평양 민심을 전했다.

[다음은 김 씨와의 인터뷰 전문 ]

– 현재 평양 시내 장마당 현황은 어떠합니까?

“1월 15일부터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장마당 입구에 팔수 있는 물건과 팔수 없는 물건 목록을 써 붙여 놓고 안전원과 규찰대로 구성된 단속반이 수시로 돌며 단속하고 있습니다.”

– 장마당 단속의 강도는 어떤가요? 다분히 형식적입니까, 아니면 실질적으로 단속을 합니까?

“지난해부터 장마당을 예전의 농민시장으로 전환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돌기는 했지만 1월 15일 전까지만 해도 단속반의 단속이 그리 심하지 않았습니다. 단속하는 횟수도 그리 많지 않았고 단속에 걸렸더라도 물건을 빼앗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1월 15일 이후에는 평양시내 모든 장마당에 공고문을 붙이고 대대적인 단속이 이루어졌습니다. 단속하는 횟수도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단속에 걸리면 물건도 모두 빼앗깁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평양 시내 장마당이 실제로 예전의 농민시장과 비슷하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 그러면 예전에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습니까? 또 국가에서는 기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해서 먹고 살았던 사람들에게 어떠한 대책을 내 놓고 있습니까?

“예전에도 장마당 주변이나 주택가 밀집지역 또는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큰 도로가에 ‘골목장’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1월 15일 이후 골목장에 나와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골목장으로 나온 것이지요.

또 일부는 장마당에 그대로 남아 몰래 장사를 합니다. 물건은 내놓지 않고 단속반을 피해 푯말을 들고 손님들과 흥정을 하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뭐 있소”라고 이야기 하면 흥정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물건은 장마당 근처 주택가에 임시로 보관했다가 손님들과 흥정이 끝나면 꺼내주곤 합니다.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한심합니다. 예전처럼 수매상점이나 수산물 상점, 식료상점으로 들어가라는 이야기인데 상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으니 기존에 장마당에서 장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대책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 말씀하신 수매상점, 수산물 상점, 식료상점이 현재 운영되고 있습니까?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은가요?

“네, 현재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건의 종류나 수량도 많지 않고 가격도 오히려 장마당보다 비싸 이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 그렇다면 골목장이 기존의 장마당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골목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주십시오.

“골목장은 대체적으로 한개 동에 1~2개 정도 있습니다. 송신구역 두루1동 골목장과 두루2동 골목장은 제가 직접 나가서 봤는데 장사하는 사람이 100여명 정도에 이릅니다. 이전에는 30~40명 정도 밖에 없었으니 사람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겁니다.

단속이 심해서 그런지 물건은 조금만 내놓고 팝니다. 단속반이 뜨면 재빨리 도망가거나 단속에 걸려도 빼앗기는 물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그런다고 합니다.

또 골목장은 아니지만 저녁 5시 30분 이후에는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도로가나 버스 정류소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이들도 단속반에 걸리지만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수도 적고 대부분 나이를 많이 먹은 할머니들이 간단한 음식물 중심으로 팔기 때문에 단속반이 많이 봐 줍니다.

골목장은 아니지만 골목장 보다 큰 규모로 거래되는 곳도 있습니다. 송신 입체교차로 밑의 경우 저녁 6시 이후부터 큰 장이 서는데 사람들이 많을 경우 400여명 정도가 물건을 팔기도 합니다.”

– 400명이면 큰 규모인데… 송신 입체교 밑은 단속반의 단속이 심하지 않은 모양이지요?

“단속을 하기는 하지만 장마당만큼 심하지 않습니다. 골목장이나 송신 입체교차로 같은 경우도 수시로 단속반이 들이닥쳐 단속을 하긴 하지만 물건을 싸 가지고 도망가는 사람들까지 굳이 붙잡으려 하지는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냥 1~2사람의 물건을 빼앗는 정도에서 단속을 끝낸답니다.

빼앗은 물건은 꽃제비들이나 부랑자를 관리하고 있는 분주소로 넘긴다고 하던데, 글쎄요… 알 수 없지요.

입체교 밑의 경우는 일주일에 1~2번 정도 단속반이 들이닥치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단속반과 그곳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거래가 있는 듯 보입니다.”

– 기타 평양 장마당 현황과 관련하여 더 들려주실 말씀은 없나요?

“들리는 말로는 최근 교체된 평양시 당 책임비서가 기존의 장마당을 농민시장으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김정일에게 제기했고 그 제기를 김정일이 승인 비준을 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데 인민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평양시 당 책임비서에 대한 원만도 원망이지만 장마당 한번 방문하지 않고 바로 승인 비준한 장군님에 대한 원망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