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조류독감 발생 대부분 몰라

▲ 북한 닭공장에 방역하는 모습 (EPA)

“닭 감기병 말입니까? 글쎄, 우린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27일 조선중앙통신은 “하당 닭공장(양계장) 등 2-3개 닭 공장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고 공식보도 했지만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조류독감 발생사실을 모르고 있다. 또한 북한측 세관과 중국측 해관(海館:북한의 세관에 해당)들도 조류독감 검역을 위한 별도의 조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투먼(圖們) 현지에서 27일 저녁부터 29일 아침 사이에 국경을 넘은 북한 주민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조류독감’이라는 용어조차 모르고 있었다.

“하당 닭공장을 비롯한 2-3곳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은 11명의 북한 주민들 중 10명이 ‘조류독감이 무엇이냐?’고 되물었고, 한 사람이 “그거 닭 감기병 말입니까?”라고 대답했다.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전염되며 잘못하면 사망한다’는 기자의 설명에도 무반응이었다.

투먼 시내의 한 식당에서 만난 윤성희(가명.36세.함북 은덕) 씨는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전염병이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투먼 동시장에서 만난 오상호(가명.40세.함북 부령) 씨도 “내가 어제(28일) 오후에 넘어왔는데, 전염병이 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선 세관을 통과할 때 추가된 검사가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북한 주민들은 모두 “세관을 지나는 절차도 평소와 다른 게 없었다”고 답변했다.

북한 남양구와 중국 투먼을 잇는 ‘조-중 친선의 다리(일명 도문다리)’ 앞에 위치한 투먼 해관 관계자는 “북한의 조류독감과 관련하여 상부의 별도 지시는 없었다. 평소와 똑같이 국경업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29일 북한에 조류독감 발생관련 자료를 정식으로 북한에 요청했다. 북한 주민들이 대부분 조류독감 발생사실 자체도 모르고, 북-중 세관에서조차 별도 검역이 계속 이뤄지지 않는다면 조류독감이 더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투먼 = 김영진 특파원 k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