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보위 핵심부대 ‘호위국’, 北 젊은이들 외면 받는다?

[북한 비화]군사대학·군관학교 하전사 복무 인기 급상승…뒷돈 거래까지

지난 2016년 북한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당 창건일(10·10) 행사 참가 중인 군인들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요새 북한의 젊은이들에게 어느 부대에서 군사복무를 하고 싶냐고 물으면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온다고 한다. 그동안에는 ‘최고존엄(김정은 국무위원장)’ 보위와 연관된 호위국이 가장 선호하는 부대로 꼽혀왔는데 근 5년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군사 복무는 공민의 신성한 의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매년 봄과 가을에 초모(징집) 사업을 정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인민무력성이 초모사업에 관여하는 전국의 도(道) 군사동원부에 대한 검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자식을 군에 보내는 부모와 초모생들 사이에서 가장 근무하고 싶은 부대로 여겨져 왔던 호위국이 더 이상 희망 근무 부대가 아니며, 오히려 호위국 근무를 어떻게든 기피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북한 주민들은 출신성분이 좋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호위국 근무를 가문의 영광으로 여겼다. 일단 호위국에 들어가기만 하면 출셋길도 열린다고 생각하기 일쑤였는데, 2015년부터는 돈을 들여서라도 자식을 호위국에 보내지 않으려는 부모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호위국이 더 이상 선호부대로 여겨지지 않게 된 것은 호위국 제대군인들에 대한 국가적인 조치 때문으로 알려졌다. 호위국 군인들은 도중에 제대할 수 없고, 최고존엄의 호위 사업과 관련한 시설이나 체계에 대한 일급비밀을 누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10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후에도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제약을 받는다.

이렇다보니 같은 호위사령부 내에서도 특혜를 받는 974군부대(1호 경호부대)가 아닌 이상, 외부와 단절된 외진 곳에서 10년간 보초나 서다 제대하는 호위국은 전혀 메리트가 없는 부대가 돼 버린 것이다.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제대 후에도 외국에 잘 나갈 수 있는 7총국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고 한다.

호위국을 밀어내고 젊은이들이 희망하는 부대 1순위로 떠오른 인기 부대가 어딘지는 ‘초모생 합격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도 군사동원부의 부정부패 현상을 파악하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라 진행된 인민무력성의 검열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를 통해 김일성군사종합대학, 김일성정치대학, 김혁보위대학, 국가보위대학, 김정숙해군대학, 김책공군대학 등 중앙 군사대학 및 군관학교에서 경비·통신·교환 근무를 담당하는 소단위 구분대가 희망 근무 부대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곳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은 요인은 군 연합부대의 직접적인 명령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구분대로 비교적 편한 군 생활을 할 수 있는데다 제대나 군사대학 입학도 자유롭고, 사회와도 그다지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공급이 좋다는 것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티오(TO)가 너무 적다 보니 이곳에서 군 복무를 하려면 인사를 담당하는 군사대학 및 군관학교의 대열참모들과 직접 뒷거래를 해야 했다. 군사대학이나 군관학교에서 근무하는 소단위 부대 하전사 자리를 놓고 뒷돈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게 된 셈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군사대학 및 군관학교 대열참모들이 뒷돈을 받고 개별 ‘뽄트'(TO)를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지난해 이뤄진 인민무력성의 검열을 통해 드러났다. 만족할만한 거래가 이뤄지면 대열참모들이 초모생의 이름과 성별, 나이까지 특정해 도 군사동원부에 개별 뽄트를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 비리가 행해졌고, 최종적으로 초모생을 배치하는 도 군사동원부도 이를 조용히 눈감아주는 대가로 돈을 챙겨온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결국 북한 군 당국은 극소수의 개별 뽄트를 뒷돈을 받고 내려 보낸 군사대학 및 군관학교 대열참모들과 역시 이 과정에서 돈을 챙긴 일부 도의 군사동원부장과 정치부장들을 파면시켰다.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대열보충국 참모장에게도 불똥이 튀었는데, 그는 초모사업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책임을 지고 출당, 철직돼 군복을 벗었다.

북한 군 당국은 이 검열 이후 ‘돈으로 군 복무 부대도 선택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위국이 다시 새 세대 초모생들, 젊은이들 사이에서 희망 복무 부대 1순위 자리를 탈환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