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파트붕괴 참사…구조작업 4일만에 마무리?

북한의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이달 초 남한의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며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난의 날을 세웠다. 우리민족끼리만이 아니다. 노동신문 등 북한의 다른 매체들도 ‘세월호 참사가 남한 정부의 반인민적 정치가 낳은 결과’라며 세월호 참사를 남한 정부에 대한 비난의 소재로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는 최근 글에서 세월호 참사 직후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가 준공된 것을 대비하며 “북과 남의 어디가 천당이고 지옥인지 극명히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세월호 참사를 자신들의 체제선전 소재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런 비난을 무색하게 하는 참사가 북한에서 발생했다. 평양 평천구역에서 발생한 23층 아파트 붕괴사고다. 준공도 되지 않은 아파트에 미리 입주해있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사람들이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우리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이 사고를 공개하면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 북한 간부들이 주민들에게 사과한 사실을 보도했다. 김정은 정권이 인민의 안위를 중시하고 있음을 강조하려 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워낙 큰 대형 참사인 만큼 감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이없는 참사로 수백 명이 죽은 사실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하기보다는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이 민심을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은 참사 소식을 전하면서 “유가족들과 구역 안의 주민들에게 다시 한 번 용서를 빈다”며 “피해자 가족들의 생활을 안착시키고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당과 국가의 강력한 긴급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이 “이번 사고에 대하여 보고받으시고 너무도 가슴이 아프시어 밤을 지새우시며 당과 국가, 군대의 책임일꾼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사고현장에 나가 구조전투를 지휘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 수습을 위해 북한 당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부각한 것이다.

북, 사고 수습 위해 총력 기울였나?

그러나 북한의 공식 발표를 보더라도 북한 당국이 이번 사고 수습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사고가 발생한 즉시 국가적인 비상대책기구가 발동되어 생존자들을 구출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하며 사고현장을 정리하기 위한 긴장한 전투가 벌어졌다”면서 “17일 구조전투가 결속(마무리)됐다”고 밝혔다. 13일 발생한 사고에 대한 구조작업이 4일 만에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우리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최장 17일까지 생존자가 나온 전례가 있듯이 건물 붕괴 사고에 대한 구조작업이 4일 만에 마무리됐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안 된다. 무너진 건물 속에서 살아남기가 쉽지는 않지만 붕괴 과정에서 생긴 조그마한 공간에 사람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구조작업은 할 수 있는 한 계속돼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날이 어느 정도 따뜻해진 시기이기 때문에 생존자가 버틸 수 있는 여건도 된다.

구조작업은 4일 만에 마무리…김정은은 축구 관람

북한 발표만 보면 4일 만에 구조작업을 포기한 것이다. 물론, 북한의 능력으로 볼 때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생존자 구조를 위해 막대한 장비와 인력을 투입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한 사고수습을 위해 시간을 오래 끌어봤자 김정은 정권에 유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흘린 눈물은 어쩌면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생존자를 포기하는 국가에 대한 원망의 눈물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더구나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축구 경기(16일)를 보고 모란봉악단의 축하공연을 관람(19일)하는 등 정상적인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 사진을 보면 김정은의 얼굴이 그리 침울하지도 않다. 북한이 김정은을 ‘인민사랑의 지도자’라고 선전하려면 지금은 자중자애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