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난은 미국 탓’ 교육…잘 안믿어”

북한 당국이 최근의 식량난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전가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그 책임을 왜 한국과 미국에 돌리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내부 소식통은 1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얼마 전 ‘조선인민군창건기념일(4·25)’과 관련한 여맹원(여성동맹 성원)의 기념강연회에서 강연자가 미국과 이명박을 비난하다가 크게 망신을 당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인민군창건기념일과 관련, 북한 전역에서 조직, 직장별로 기념강연회가 열렸고, 양강도 역시 도(道)직업동맹 회의실에서 여맹원들을 모아놓고 기념 강연회를 열었다.

소식통은 “당시 진행된 강연은 ‘우리의 혁명 무장력은 선군 강성대국을 건설하는 무적 필승의 대오이다’라는 제목으로, 인민군에 대한 선전보다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회의 도중 강연자가 조성된 나라 안팎의 정세를 이야기 하면서 ‘지금 미제와 이명박 괴뢰도당이 북․남 평화합의마저 뒤집어엎고 우리 공화국에 엄중한 식량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발광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혜산시 혜화동에서 인민반장으로 일하는 장 모 씨가 갑자기 불쑥 일어나 “미국 놈들과 이명박 괴뢰도당은 쌀을 안 준다 치고, 그러면 우리하고 가까운 중국은 왜 쌀을 주지 않습니까?”라고 질문하자 강연자가 일순간 말문이 막히는 상황이 연출됐다.

인민반장의 뜻밖의 질문에 강연자의 얼굴이 굳어지고 회의장도 순간 침묵과 긴장감이 나돌았다. 소식통은 “그러나 그 순간 인민반장의 옆자리에 앉은 여인이 고개를 숙이고 키득거리자 여기저기서 웃음을 참느라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결국에는 강연장이 웃음바다로 번졌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당황하던 강연자마저도 웃으면서 ‘위에서 내려온 강연 자료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말을 안 해도 사정이야 누구나 잘 알지 않습니까?’라고 말해 강연장은 더 큰 웃음바다가 됐다”며 “이것이야 말로 위에서 주장하는 선전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인지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아니겠느냐”고 힐문했다.

소식통은 최근 식량사정과 관련, “이제는 사람들도 식량사정이 미국 탓이라고 하면 ‘미국과 남조선(한국)이 우리를 먹여 살릴 의무가 있냐?’라고 말한다”며 “그보다는 밤낮 ‘조(북)·중 친선’만 강조하면서 한번 제대로 도와주지도 않는 중국에 대해서 오히려 더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강연이 끝나고도 같은 여맹원들끼리 그 이야기를 계속하며 한참을 웃었다”며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사람들에게 믿으라고 말하자니 강연자도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이런 강연회를 왜 계속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