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상 교육 강화되자 “미국과 결판내자” 목소리 늘었다

北당국 선전선동에 영향 받은 듯...전문가 "주민과 소통방안 적극 마련해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강원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양강도 궐기대회가 7, 8일에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9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뉴스1

북한 당국이 연일 대북제재에 대한 ‘정면돌파전’을 강조하면서 경제 악화의 책임이 미국의 적대 정책에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북한 주민들도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이 대북제재 때문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세계가 달라붙어서 조선(북한)에 경제봉쇄(대북 제재)에 매달리는데 이는 백성들한테 제재를 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면서 “제재가 강화된 이후로 먹고 살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불만을 외부 세계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일부 주민들은 생활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미국과 결판을 내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제재와 더불어 이에 대한 (당국의) 선전사업도 강화되면서 미국에 대한 적개심도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재가 심해질수록 나라의 재산은 부족해지는데 간부나 군인들 우선으로 배급하다보면 하층의 백성들에게 차려지는(분배되는) 것은 (제재가 심해질수록) 더 없다”면서 “이런 진실을 제대로 알 길 없는 주민들이 일단 선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경제 상황 악화에 대한 화살을 대북제재로 돌리는 북한 당국의 선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본심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정치외교적 리속(잇속)을 차리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하여 우리의 힘을 점차 소모 약화시키자는 것”이라며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실제 행동에 넘어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대북제재가 북한의 경제 발전을 억누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민 고통의 주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인민 경제 생활이 악화될수록 국가 중심의 통제가 강해지고 각 기관별 사상 교육이 강화되기 때문에 당국의 선전선동이 인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다고 소식통은 지적하고 있다.

그는 “제재를 세게 하면 백성들이 (정부에 대항해) 스스로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조선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며 “못 살면 못 살수록 더 조직화되기 때문에 지금 겪는 고통이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는 인식이 커진다”고 말했다.

익명의 한 대북 전문가는 “외부 정보에 둔감한 주민들일수록 당국의 선전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면서 “대북 제재의 효용성에 대한 판단과 함께 사상전을 강화하고 있는 당국에 맞서 북한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북한의 경제 성장 지표는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가 시행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 18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세계 경제 상황과 전망 2020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2019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로 추산됐다.

또 물가와 환율 등 인민들의 경제 상황을 예상할 수 있는 지표들도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BOK 경제연구 보고서에서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북한의 보유 외화가 줄고 있지만 물가 및 환율은 안정적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비교적 경제 지표가 안정적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 간 괴리가 큰 것은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각종 세금과 ‘과제’가 많아진 것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주민들은 각 단체에 소속돼 당비와 맹비 등 각종 운영비를 부담해야할 뿐만 아니라 인민군 지원물자, 국가 건설 자재, 각종 행사 비용 등 여러가지 명목으로 세 부담을 지고 있는데, 지난해 삼지연군 재개발과 원산갈마 해안관관지구 건설장에 공급할 자재 마련을 위해 주민들은 더 많은 과제를 할당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지난해 쌀 수확량이 전년보다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군량미는 무조건 계획대로 상납하게 하고 시범적으로 포전담당제를 실시한 분조에 계획보다 많은 양을 국가에 납부하게 하면서 주민들에게 실제로 돌아가는 몫은 평년보다 적어졌다. (https://www.dailynk.com/올-수확량-작년보다-저조한데-군량미-계획대로-상/)

소식통은 “조선 사람들은 생활이 너무 어렵다보니 다들 승냥이가 됐다”며 “(미국과) 싸움을 하자면 악만 남아서 이기든 지든 무조건 물어 뜯을 것이라는 말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일반 북한 주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실제 대북제재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재는 기본적으로 소비보다 투자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는다”며 “현재 북한은 대북제재로 인해 투자부문이나 건설 활동에 있어 차질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지만 주민이 대북제재의 영향을 체감할 만큼 소비 부분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