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인권개선해야 정상국가로 인정받을 것”

전문가 “이미지 만들기와 실제는 다른 문제…신뢰 먼저 쌓아야”

남북, 북미 간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국제 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대우받고 싶어하는 김정은의 바람이 1차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후 지속되는 정상 국가 이미지 만들기 노력과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가 되기 위한 실천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김정은은 집권 후 여러 국가가 행하는 통상적인 행위를 시도함으로써 정상국가 이미지 만들기에 공을 들여왔다. 김정은의 이러한 노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나타났다.

지난 5일 우리 대북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만찬에 참석했다. 과거 남북 공식 만찬 등 공개석상에 부인과 함께 나온 적이 없었던 아버지 김정일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를 두고 퍼스트레이디와 함께 외교적 행사에 참여하는 국제관례를 따라하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제기된 바 있다.

또 김정일 때 백화원 영빈관에서 만찬을 한 것과 달리 김정은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청사에서 면담한 것도 대통령의 집무실에 외교 사절단을 초청하는 일반 국가의 외교 관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 매체들이 스스로를 ‘우리 국가’라고 지칭하는 것도 눈여겨 볼 점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6일 대북 특사단과 김정은의 만남을 1면과 2면에 집중 게재하면서 6면 개인 필명의 논평에서 “우리 국가는 미국의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핵 무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 그동안 북한은 스스로를 지칭할 때 ‘우리 공화국’, ‘우리 조선’이라는 주로 써왔다. 북한 매체가 ‘우리 국가’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도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정상국가 이미지 만들기에 대한 노력은 이뿐이 아니었다. 김정은은 집권 후 북한은 일반적인 국가들이 보여주는 관례를 새롭게 시도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지난 2014년 5월 김정은 부부가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관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4’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 사진=노동신문

지난 2014년 5월 열린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관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참석할 때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전용기를 이용하는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전용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가 정상이 영부인과 함께 해외 순방을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이 또한 이동시 열차를 고집했던 김정일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 당시 김정은은 행사 관람에 앞서 비행장 트랩에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집권 초 자신이 안정적으로 통치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동시에 북한이 정상 국가라는 선전을 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2014년 5월 16일 열린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모란봉악단 축하공연’에서 애국가가 제창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서 있는 김정은과 리설주. / 사진=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정권의 정상 국가화 노력은 지난 2014년 5월 16일 열렸던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모란봉악단 축하공연’에서도 이어졌다. 이 행사에서 북한 애국가가 제창됐는데 국가 간 스포츠 경기가 아닌 내부 공식행사에서는 애국가가 제창된 것은 처음이었다. 애국가가 제창되는 동안 대형 인공기가 무대에 올랐고 공연에 참석했던 김정은과 리설주를 비롯해 관람자들은 모두 기립해 예를 표했다. 그동안 북한 내부 공식 행사에서 ‘김일성 장군의 노래’나 ‘김정일 장군의 노래’ 등 최고지도자를 찬양하는 노래가 불린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이처럼 김정일 시대에는 없었던 북한의 새로운 모습들에 대해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데일리NK에 “김정은 정권이 정상국가와 같은 격식을 갖추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글로벌 스텐다드를 따르는 것은 형식적으로 정상 국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오 연구위원은 “형식적으로 정상국가 이미지를 만드는 것과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서 대우를 받고 역할을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며 “첫째는 비핵화에 대한 진지한 실천이 있어야 하고 둘째, 유엔이 권고하는 정도까지 인권 개선을 이뤄야 하며 셋째, 무기 밀매, 마약 거래, 위조 지폐 생산 등 불법 행위 중단을 통해 국제사회에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