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국, 주민 상대로 쌀 장사 나섰나?

▲ 배급소 장마당 쌀값이 비슷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탈북자 K씨는 함북 청진에 살고 있는 가족의 생활형편이 궁금해 23일 가족과 휴대폰 통화를 했다.

작년 10월 북한이 배급을 정상화 했다는 소식에 일시 근심을 덜었던 K씨는 가족으로부터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 다음은 K씨와 가족과 나눈 통화

K: “배급을 준다고 하던데, 배급 쌀값은 얼마인가?”
가족: “쌀은 900원, 강냉이는 350원”
K: “그럼 장마당에서는?”
가족: “장마당? 900원”
K: “아니, 배급소 말고 장마당 가격 말야”
가족: “글쎄! 장마당에서도 900원 한다니까……”

배급소 쌀값과 장마당 가격이 같다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

지금 북한은 식량배급소가 배급 명목으로 주민들을 상대로 ‘쌀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0월 북한은 근 10년만에 식량배급을 정상화한다고 공고했다. 이후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10월에 배급을 한번 받고, 11월과 12월에는 보름분만 받았다고 전해온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장마당을 통제하면서 배급소가 장마당 가격에 쌀을 팔고 있다. 배급소가 주민들 상대로 ‘장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K씨가 “배급소와 장마당 가격이 같으면 왜 배급소에 가느냐”고 가족에게 묻자, “보안서에서 장마당 쌀 판매를 단속해 할 수 없이 배급소에서 사 먹는다”는 것이다. 형식만 배급일 뿐 국가가 쌀장사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의주에서도 배급소 가격과 장마당 가격이 비슷하다는 전언이다.

2002년 7.1 경제조치 이후 배급소의 공식 쌀 판매가격은 40원, 강냉이는 25원을 유지해왔다. 간부들은 공식 가격에 구입해왔고, 독립채산제(공장 자체로 직원들을 먹여 살리는 정책)를 하는 능력 있는 직장은 노동자에게 공식 쌀가격에 맞게 판매해왔다. 그러나 능력이 없는 지방공장들과 일반주민, 가두 인민반(영세민), 노약자들은 장마당에서 비싼 값에 구입해왔다.

한편 복수의 북한 소식통들은 장마당 쌀 판매가 금지되자, 쌀 장사꾼들이 골목에서 몰래 팔거나 구매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판다고 전한다.

사재기를 목적으로 가을에 쌀을 많이 사들인 장사꾼들은 장마당 쌀판매 금지로 인해 돈을 번다. 봄이 오면 국가에 쌀이 떨어져 주민들이 장마당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타산 하에 쌀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