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영상점 복원’ 계획 끝내 좌절되나?

북한당국이 최근 종합시장에 대한 물품 거래 통제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국영상점 복원 계획이 사실상 좌초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1.30 화폐개혁 이후 약 2개월간 이어졌던 시장통제가 지난 1일부터 지역별로 풀리기 시작했다.


양강도 혜산시와 함경북도 온성군 등지에서는 기존의 종합시장이 다시 개장됐으며 이에 따라 개인간 식량가격의 상승세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온성군에서는 지난달 말 kg당 400원이던 쌀 가격이 2일부터 250원 아래로 떨어졌다.


화폐개혁 이후 발표된 ‘외화사용 금지’ 조치에 따른 시장환율의 거품도 진정국면으로 돌아섰다. 소식통에 따르면 3일 신의주 역전동 근방의 환전상인들은 1달러를 330원대에 매입하고 있다. 신의주에서는 지난달 말 까지 달러당 500원대 환율로 거래됐었다.


북한당국의 시장통제가 이렇게 두 달만에 철회된 배경에는 내부의 공급체계 붕괴로 인한 심각한 사회혼란과 민심 동요가 첫번째로 꼽힌다.  


화폐개혁 직후 북한당국은 구화폐의 안정적 수거와 신화폐의 조속한 유통을 목적으로 주민들의 시장거래를 전면 통제했다. 시장통제의 대안으로 식량은 수매상점, 생필품은 국영상점에서 공급한다는 복안이 제시됐으나, 이마저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매상점의 경우 쌀 1kg을 40원 대에 구입해 20원 대에 판매한다는 공급원칙이 세웠졌으나, 쌀을 가진 사람들은 수매상점을 철저히 외면했다.


지난해 북한 곡물 작황 상황이 평년 이하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실제 협동농장 농장원들에 대한 식량 현물분배는 2000년대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쌀과 옥수수 혼합으로 농장원 1가구당 최대 400kg 정도의 현물분배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동농장이나 농장원들은 보유한 식량을 수매상점에 판매하지 않았다. 시장거래 통제로 인해 개인간 쌀 거래가격이 kg당 400원대 이상까지 폭등하는 상황에서 ’40원대’ 가격으로 수매상점에 내다팔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농장원들은 지난해 1년간 임금으로 최대 15만원부터 최저 1만6천원까지의 현금을 지급받는 혜택까지 누리고 있어, 식량가격 폭등현상을 철저히 관망해왔다는 것이 내부소식통들의 전언이다. 


12월 말 발표된 북한 인민보안성(경찰청)의 ‘외화 사용 금지 포고문’도 식량유통을 악화시켰다. 외화사용이 엄격히 통제되면서 북-중 국경지역의 밀무역 루트를 통한 중국산 식량 반입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식량도매를 주도하던 ‘큰 손’들의 거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북한의 식량도매상들은 주로 달러나 위안화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당초 ‘사회주의 유통질서 복원’을 목표로 시작된 화폐개혁은 주민들의 생활고 악화로 이어졌다. 일부지역에서는 1월 중순부터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개월간 북한의 내부 상황을 지켜본 북한 전문가들은 ‘화폐개혁→시장폐쇄→외화통제’로 이어져온 북한당국의 일련의 조치가 애당초 현실성이 없었다는 지적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복원되기 위해서는 형식 논리상 ‘생산체계 복원→국정가격 재조정→국영상점 복원→시장통제→외화통제→화폐개혁’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책 전개가 거꾸로 진행된 셈이다.


따라서 화폐개혁 이후 관심을 모아왔던 ‘국영상점 복원’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국영상점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새화폐 기준으로 국정가격을 재조정 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새화폐의 가치하락 속도가 구화폐 수준을 뛰어 넘고 있어 새로운 국정가격 발표의 실효성이 심각히 의심되고 있다.


만약 북한 당국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새로운 국정가격을 발표한다 하더라도 국영상점의 공급능력이 시장의 공급능력을 능가하지 않는 한 주민들이 이를 순순히 수용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더불어 화폐교환을 통해 실질임금 100배 상승을 예상했던 북한 당국의 계획에도 차질이 예고된다. 단순계산상 12월에 일부 노동자들에게 지급됐던 ‘월급 3천원’은 당시 쌀 100kg 이상 구매 가능한 가치였으나, 지금은 약 12kg 정도만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폭락했다. 이른바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못 사는 세상’이 다시 돌아온 셈이다. 
 
한편, 향후 북한 내부경제 전망과 관련해서는 평양과 평안남도 평성이 ‘바로미터’로 주목되고 있다.


북한내 유일의 ‘특별 공급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는 평양마저 현재 국영상점 기능이 축소된다면 북한당국의 국영상점 복원 계획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셈이 된다.


또 지금까지 ‘전국구 도매시장’으로 이름을 날리다가 시장통제 정책으로 된서리를 맞았던 평성의 물동량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현재 북한의 시장통제 철회가 ‘일시적 숨고르기’가 아닌 중장기적 ‘시장 용인’의 징표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05년 이후 북한당국의 시장통제 정책>





























시기


내용


결과


2005. 10


당창건 60주년 기념 ‘국가배급제 복원’ 선언 ⇒’시장에서 식량거래 금지’ 발표


국가배급 중단으로 2006년 3월부터 개인간 식량거래 허용


2007.12


노동자들 직장 출근을 독려하며 ’45세이하 여성 장사금지’ 지시


2007년 하반기부터 공식 처벌 중지



2008. 1


‘국가 식량이 밀거래 된다’는 이유로 주민들 이동시 소지 가능한 식량을 10kg 이내로 제한⇒시장 쌀 판매 단속


춘궁기 식량난으로 2008년 3월부터 통제 중단.


2009. 1


“종합시장을 10일마다 열리는 농민시장 전환하고 국영상점 복원” 계획 발표


2009년 7월 평성시장 이전 축소


시군별 시장 폐쇄는 유보


2009. 12


화폐교환 직후 전국 종합시장 폐쇄


2010년 2월 시장거래 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