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유야무야할 가능성 있어”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정은 시정연설 특징 분석…"새로운 경제담론으로 희석할수도"

김정은 삼지연 방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건설현장을 방문했다고 노동신문이 4일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연이어 개최된 북한의 정치행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자제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새로운 경제담론을 제시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희석하거나 유야무야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최근 북한정세 및 한미 정상회담 평가’라는 제하의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은 정치국 회의, 당 중앙위 7기 4차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회의에서 ‘경제개발 5개년 전략’에 대해 직접 언급을 자제했다”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달성 난망을 시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연구원은 “북한이 새로운 경제담론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희석하거나 유야무야할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과거 김정일이 내세운 강성대국론을 강성국가론으로 수위를 낮추는 선에서 마무리했던 것처럼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도 구체적인 평가나 언급 없이 흐지부지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9일)와 당 전원회의(10일), 최고인민회의(11~12일) 등 최근 이어진 정치행사에서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에 대한 언급은 김재룡 신임 내각총리의 대의원 선서가 유일하다.

김재룡은 지난 11일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1일 회의 당시 “내각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목표의 성과적 수행을 힘 있게 추진하면서 다음단계 경제발전목표를 과학적으로 현실성 있게 세우고 철저히 집행해 나가겠다”면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언급한 바 있다.

이상근 부연구위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은 경제발전 ‘계획’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전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무엇이 목표인지 아는 사람이 북한 내에도 없는 듯 하고 그래서 유야무야하기도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최근의 연쇄 정치행사에서 그간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강조해왔던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북한매체가 5개년 전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빈도도 잦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미협상 가능성이 보이고 경제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을 때 나온 것이 신년사인데, 이번 시정연설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이야기하면서 그 내용(5개년 전략)을 뺀 것은 정세 판단과 경제 전망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목표수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한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는 북미협상 분위기가 긍정적이던 시점에 발표된 것이었지만, 이번 시정연설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의 북미 간 경색 국면에서 사실상 5개년 전략 달성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정책방향을 수정했고, 이것이 신년사의 ‘수정판’으로 볼 수 있는 이번 시정연설에 그대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이번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을 대미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것과 관련, 북한이 향후 5개년 전략 달성 실패의 원인을 미국에 돌리는 논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임수호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올해 말까지’라는 대미메시지를 던졌으니 올해 말까지 기다려보고 판이 안 되겠다 싶으면 새로운 대미노선도 가지고 오고 내부적으로도 5개년 전략을 퉁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미국 때문에 안 됐다느니 비상시국으로 가자느니 하는 내부논리를 가지고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이번 시정연설을 통해 이중적인 대미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를 확인하고, 3차 북미정상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올해 말까지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미국의 선제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북미)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협상안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제재해제 중심의 상응조치 요구로부터 탈피할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