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간부들 외국 라디오방송 청취 갈수록 늘고 있다”

북한에서 외국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는 간부 계층이 늘고 있다.

23일 복수의 내부 소식통은 “현재 당 ∙ 행정 ∙ 보위 계통을 막론하고 하위직 간부들까지 외국방송을 듣는 사람들이 크게 확산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외국에서 쏘는(보내는) 라디오 방송을 가장 많이 듣는 사람들이 바로 간부 계층이라는 사실은 주민들도 이미 다 알고 있다”며 “간부들은 국제사회에서 조선(북)이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서 듣는데, 최근에는 이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보위부(정보기관)나 보안서(경찰)에는 압수한 라디오가 많기 때문에 간부들이 라디오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은데도 최근 중국을 드나드는 무역일꾼들에게 수신상태가 더 좋은 라디오를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간부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보위부 계통, 외국 출입이 잦은 간부들이 라디오를 많이 들었지만 최근에는 행정계통이나 중하위직 간부들에게도 외국 라디오 방송 청취가 많이 확산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내부에서 청취가 가능한 외부 방송은 KBS 한민족방송(구 사회교육방송), RFA(자유아시아방송)와 VOA(미국의 소리방송) 한국어 방송, 중국 연변 조선어 방송, 남한 내 종교단체와 민간단체들이 운영하는 대북 방송 등이 있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주민들의 외국방송 청취를 막기 위해 방해 전파를 쏘고 라디오를 회수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왔다. 대북 라디오 방송을 들어본 주민들 중에는 전파 방해 때문에 장시간 청취가 어렵다는 반응이 꽤 있었다.

소식통은 “간부들이 라디오에서 들었다고 직접 말하지 않지만 방송 내용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면서 “요새는 남한이나 세계정세를 모르면 간부들 사이에서 인정받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간부들은 일반 주민들보다 교육수준이 높고 외국소식도 많이 알기 때문에 당연히 조선이 어렵고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안다”며 “그렇기 때문에 외국방송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간부들 다음으로 외국방송을 많이 듣는 계층은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이라고 말했다. 10여 년 전부터 중국에서 들어간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이들 계층이 외부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다.

북한당국은 고위 간부들에게 조선중앙통신이 외국방송과 신문 자료를 취합해 만든 ‘참고신문’ ‘참고자료’ 등을 정기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자료는 중앙당 간부와 군당(郡黨)급 책임비서와 조직비서 이상 간부들만 열람이 가능하다. 하위직 간부 대상의 국제정세 해설 자료도 있지만 내용은 매우 빈약하다.

이 때문에 간부들은 남한과 국제정세, 심지어 북한 내부문제까지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외국 라디오 방송과 남한 TV(평안북도 이남 지방 시청가능)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왔다. 특히 이들은 국제정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KBS와 RFA, VOA와 같은 대북방송을 선호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