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黨세포 동원 김정일에게 편지…“후계자 빨리 세워달라”

북한 노동당이 당 세포조직을 동원해 ‘후계자를 빨리 세워달라’는 청원편지를 김정일에게 보내는 운동을 조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평양 내부소식통은 14일 “지난 9일 당중앙위원회 명의로 ‘당세포들이 장군님(김정일)께 충성의 편지를 올릴 데에 대한 지시’가 비밀리에 전달됐다”면서 “편지 내용은 ‘조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도록 후계자를 빨리 내세워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중앙위 지시문에서는 ‘오늘의 준엄한 정세 속에서 우리 혁명과 조국의 미래를 책임질 후계자를 장군님께서 직접 추대해주실 것을 청원드린다’는 내용과 함께 ‘장군님께서 내세운 후계자를 끝까지 믿고 충성 다 하겠다는 결의를 장군님께 삼가 편지로 올리는 사업을 조직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지시문에서는 ‘충성의 당세포’ 칭호를 받은 세포비서들을 이 사업의 주체로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편지에 후계자의 이름까지 거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군님께서 후계자를 세우시면 그 누구라도 믿고 따르겠다’는 내용을 담게 된다”며 “편지는 ‘충성의 당세포’들만 올리기 때문에 ‘세포총회’는 비당원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지난 1990년 10월 동유럽 사회주의가 붕괴될 당시 북한의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5국 2세포 당원들로부터 ‘충성의 편지’를 받았던 김정일은 2세포 당원들에게 ‘충성의 당세포’라는 칭호를 수여하면서 기층 당조직들의 충성운동을 지시했다.

조선중앙통신 5국은 유럽의 소식을 수집 파악하는 이른바 ‘국제부’로써, 당시 북한 내에서 동구 사회주의 몰락 과정을 가장 먼저 접했던 2세포 당원들이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김정일)를 따라 우리식 사회주의를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김정일 앞으로 보냈다.

김정일은 동유럽의 몰락을 지켜보면서도 충성을 다짐한 2세포 당원들의 편지에 감동해 그들이 보낸 편지 하단에 “영원한 동행자, 충실한 방조자, 훌륭한 조언자가 되라!”는 친필 사인을 해서 2세포 당원들에게 다시 돌려보냈다. 노동당에서는 이후 이 일을 김정일에 대한 전당 기층조직의 ‘모범사례’로 확산시켜왔다. 노동당의 최 말단 조직인 당세포는 대략 8~12명의 당원으로 구성된다.

소식통은 “조만간 후계자 추대사업이 공개적으로 시작 될 것”이라고 점치면서 “‘충성의 당세포’들이 먼저 청원편지를 올리고 이에 다른 당세포들과 당 외곽조직들이 화답하는 형식으로 후계자를 만들겠다는 속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2일 양강도 소식통도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낙원 노동계급’이 장군님께 ‘후계자를 빨리 내세워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며 “이들의 모범을 따라 혜산지역 당세포들이 ‘충성의 편지’를 올리기 위한 ‘세포총회’들을 조직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낙원기계공장’은 지난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6월 21일 김일성이 수류탄을 생산하던 이 공장을 찾아 당원 10명의 ‘세포총회’를 직접 주관했던 곳이다.

당시 낙원기계공장 여성노동자 신포향은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었는데 전쟁에서 이긴다 해도 어떻게 복구하겠냐?”는 김일성의 질문에 “우리 노동계급이 있는 한 복구는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김일성은 훗날 그녀를 ‘일생을 통해 잊을 수 없는 여성’으로 회고하며 ‘낙원의 10명 당원’들을 충성의 귀감으로 내세웠다.

북한은 그동안 중요사안마다 ‘혁명성’이 검증된 기층 당조직이나 생산단위에서 김정일에게 ‘제안’하는 방식으로 이슈를 부각시킨 후, 각급 조직들이 이에 호응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북한내 여론을 선동해 왔다.

때문에 김일성 시대 충성의 상징인 ‘낙원기계공장 노동자’들과 김정일 시대 충성의 상징이었던 ‘충성의 당세포’가 동원되는 것은 ‘3대 세습’을 위한 내부 분위기 조성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군중운동으로 전개하고 있는 ‘150일 전투’가 끝나는 10월 10일(노동당 창건일)을 전후로 후계자 윤곽이 가시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