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黨대회 부작용 잇따르는 상황서 돌연 ‘승리’ 선언…왜?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추가 핵실험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아직까지 북한은 5차 핵실험의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2일쯤 풍계리 지역에서 사람과 장비가 소개되는 현상이 포착되면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핵실험이 실행되지는 않았고, 이후에도 긴장상태는 이어지고 있지만 핵실험이 이뤄졌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지난달 28일 무수단 미사일을 하루에 두 차례나 발사했지만 모두 실패하면서 추가 핵실험의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령 괌까지 타격가능한 무수단을 발사해 미국에 대한 위협이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조급하게 연달아 발사한 미사일이 모두 실패하면서 김정은의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당대회를 맞을 수는 없을 것인 만큼, 핵실험이든 뭐든간에 화끈하게 보여줄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뒤 당대회를 맞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북한, ‘연합성명’ 통해 ‘승리’ 선언

그런데, 북한은 지난달 3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정당, 단체 연합성명’을 통해 돌연 ‘승리’를 선언했다. 올해초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비롯됐던 한반도 긴장국면을 “또 한 차례의 준엄한 대결전”으로 규정하면서, 이러한 대결전이 “선군조선의 승리로 결속(마무리)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오직 우리 자신의 힘으로 군사적 강권과 핵전쟁 위협을 단호히 제압하고 민족의 평화와 안전, 존엄을 굳건히 수호하였”다며, “분별없이 날뛰는 원수들의 정수리를 다시금 호되게 후려”쳤다고 자평했다.

북한은 또, “미 고위층에서 우리 공화국을 전략적 경쟁자, 강력한 핵적수, 가장 위험한 대상이라고 지목하며 패배를 자인하는 비명소리가 연일 울려나오는 것은 참으로 가슴후련한 승전보”라며 승전보의 주인공을 김정은으로 지칭했다. “그토록 치열했던 전대미문의 대결전에서 이룩한 승리와 기적은 백두산 절세위인의 무비의 담력과 배짱, 사생결단의 눈물겨운 노력과 불면불휴의 헌신을 떠나서 결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북한의 주장처럼 지금을 북한의 승리로 해석해줄 부분은 별로 없다. 올해 들어 강행한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한 선박이 입항을 거부당하고 해외식당이 폐업하는가 하면, 불법행위를 일삼던 외교관마저 본국으로 되돌아가야 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립이 심화되면서 36년 만에 치르는 당대회는 해외 축하사절이 거의 없는 ‘나홀로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군사강국의 위상을 과시하고자 야심차게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은 보름새 세 번이나 연속으로 실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제 상황 정리하고 당대회 맞겠다?

그런데도 북한이 무수단 실패 이틀만에 ‘승리’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지금의 모든 상황을 ‘승리’로 갈음하고 이제는 7차 당대회를 맞겠다는 북한식의 의사표현일 수 있어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패배를 인정하며 당대회를 맞을 수는 없기 때문에, 당대회 전에는 무조건 승리가 선언돼야 한다. 무수단 실패를 감안해 5차 핵실험을 고려하고 있다면 벌써 승리를 선언하기는 이른 것인데, 5차 핵실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승리를 선언한 것은 추가적인 도발 카드를 잠시 접어두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에게 있어 편리한 점은 내부 반발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승리’라고 선언하면 언제라도 ‘승리’가 되는 것이다.

아직 좀 더 지켜볼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일단 북한은 7차 당대회의 경축 국면으로 들어가려는 것 같다. 당대회는 북한에서 가장 큰 정치행사인 만큼 이를 국면전환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데, 북한이 어떤 수를 내놓을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