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25 맞아 “美 정세 오판 말아야” 공세… ‘미제’ 용어 재등장

지난해 대화 분위기 속 비난 자제했던 것과 사뭇 달라…자력갱생·경제발전 강조하기도

6·25전쟁 67주년인 2017년 6월 25일 ‘6·25 미제반대투쟁의 날 평양시군중대회’가 열렸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사진=연합

북한이 6·25전쟁 발발 69주년인 25일 ‘미제’라는 용어를 다시금 사용해 대미 공세에 나섰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미국과의 관계개선 분위기에서 미국에 대한 공격성 글을 단 한 건도 싣지 않았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눈길을 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조국수호정신을 대를 이어 계승하고 빛내어 나가자’라는 제목의 사설과 관련 기사들을 내보내며 미국을 직접 겨냥했다.

먼저 신문은 이날 1면 사설에서 “지금 우리(북한)의 힘은 원자탄을 가진 제국주의 강적과 보병총을 잡고 맞서 싸우던 1950년대 그때와는 비할 바 없이 강해졌다. 우리는 그 어떤 전쟁에도 대처할 수 있는 만단의 준비를 다 갖추고 있다”면서 “미제는 오늘의 우리 공화국의 국력과 정세를 오판하지 말아야 하며 옳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분별있게 행동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면에는 ‘영원한 역사의 진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우리 조국은 그 어떤 강대한 적이 덤벼들어도 일격에 소멸해버릴 수 있는 만단의 준비를 갖추었다”며 “미제가 오늘의 정세를 오판하고 낡은 사고방식에 매달려 분별없이 행동한다면 차례질 것은 패망과 수치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경색된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는 한 어떤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북한의 의지를 다시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지난해 대화 분위기에서 대미 공세를 자제했던 북한이 올해 다시 ‘미제’(미 제국주의)라는 용어를 꺼내들어 미국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 관심을 끈다. 북한 매체는 매년 6월 25일이면 거친 표현으로 대미 비난 글을 게재해왔지만, 지난해에는 북미 사이에 조성된 유화적 분위기를 반영한 듯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단 한 건도 내지 않았다.

북한 매체는 대신 전쟁 시기 북한 주민들의 투쟁담과 공로를 소개하거나 6·25 전쟁의 의미를 부각해 ‘수령 결사옹위 정신’, ‘조국수호 정신’, ‘창조와 혁신의 정신’ 등을 강조하는 등 내부 결속에 힘을 쏟았다.

다만 북한이 올해 내놓은 대미 메시지는 예년의 비난 강도에 비해 다소 ‘톤다운’ 된 것으로 평가된다. 협상 교착 상태에서도 친서를 보내는 등 미국과의 대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친 언사로 상대를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17년 6월 25일 노동신문 1면에 ‘미제의 북침 핵전쟁 도발책동을 단호히 짓부셔버리자’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우리의 자위적 핵억제력은 결코 그 어떤 협상물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괴뢰 호전광들의 북침 핵전쟁 도발책동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선제공격능력을 부단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보다 앞선 2016년 6월 25일에는 논평을 통해 “미제는 남조선(한국) 괴뢰패당과 작당하여 해마다 대규모 핵전쟁연습을 끊임없이 벌려놓으며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핵 위협 공갈을 일삼고 있다”면서 “미제가 지난날의 패전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고 핵전쟁의 불을 지른다면 그 도발의 대가가 얼마나 쓰디쓴 것인가를 똑똑히 알게 해줄 것”, “미국이 제2의 6·25전쟁을 일으킨다면 그 종착점은 미국의 멸망이 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북중 접경지역에 내걸린 ‘자력갱생’ 구호판.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한편, 노동신문은 올해 6·25전쟁 발발 69주년을 맞아 내놓은 사설에서 조국수호정신을 강조하며 경제건설과 자력갱생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는 등 체제 결속을 꾀하기도 했다.

신문은 “지금 우리 인민은 1950년대의 조국수호정신을 굳건히 계승하여 사회주의강국건설을 위한 오늘의 투쟁에서 빛나는 승리를 이룩해나갈 불타는 결의에 넘쳐있다”며 “우리가 영웅조선의 역사와 전통을 대를 이어 빛내이고 강국건설의 승리를 앞당겨나가자면 전체 인민들과 인민군장병들, 새 세대들이 전승세대의 숭고한 투쟁정신으로 튼튼히 무장하고 오늘의 자력갱생 대진군에서 그 위력을 남김없이 발양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신문은 “경제건설 대진군에 더 큰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면서 “모든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불굴의 정신력과 완강한 돌격전으로 계속혁신, 계속전진하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목표수행에서 새로운 기적과 위훈을 창조해나가야 한다”, “자력갱생과 과학기술의 위력으로 생산 활성화의 돌파구를 열고 나라의 전반적 경제를 상승궤도에 확고히 올려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밖에 신문은 “우리의 사상과 제도, 우리의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파괴하고 좀먹는 현상에 대해서는 절대로 묵과하지 말고 비타협적으로 투쟁하여야 한다”며 주민들의 사상적 무장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