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대에도 北 ‘벼랑 끝 전술’ 강행 이유는?

중국까지 동의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해묵은 ‘벼랑 끝 전술’로 재연됐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 2087호에 대해 강력 반발하면서 북한은 3차 핵실험 시사, 장거리 미사일 지속 개발 등을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나섰다. 심지어 결의안에 찬성한 중국을 강하게 비난했고, 한국정부에는 제재에 동참할 시 물리적으로 보복하겠다는 협박도 빼놓지 않았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다시 발사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대북 원조를 감소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북한은 핵실험 외에 다른 길은 없다며 인민의 요구임을 내세움과 동시에 김정은이 직접 “국가적 중대조치를 결심했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북한은 왜 중국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걸까? 북·중 관계와 관련해서 크게 세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북한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할망정 정치적으로는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는 김정일도 누누이 강조했던 바다. 김정은도 올해 육성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선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자주의 길로 나아갈 것임’을 선언했다. 따라서 북한은 핵실험을 자제하라는 중국정부의 경고성 발언을 민감하게 인식할 수 있다.


둘째,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인정하라는 무언의 시위일 수 있다. 그간 북한은 혈맹국인 중국이 자신들의 핵무기 보유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점에 대해 불만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의 핵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때마다 북한이 느꼈을 서운함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셋째, 새롭게 출범한 오바마 2기 미국정부와 시진핑의 중국이 동북아 지역에서의 협력무드를 조성해 나갈 수도 있는 데 대한 와해공작 차원에서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취임식 선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대화와 협력을 통한 대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중국 최고지도자로 등장한 시진핑 총서기 역시 화해공처(和諧共處), 양성경쟁(良性競爭), 그리고 호리공영(互利共榮)의 3원칙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신형대국 관계’ 구축을 희망하고 있다.


미중관계가 긴밀해진다면 북한으로선 두 경쟁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이익을 챙기는 전략의 효용을 상실하게 된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북한을 제재하려는 미국과 동북아시아의 긴장고조를 우려해 북한을 감쌀 수밖에 없는 중국 사이에 긴장을 조성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김정은이 결단만 내린다면 북한은 언제든지 핵실험을 실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관련국들의 관측이다. 또한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 등을 개최해 ‘자주권 침해’ 등 외부환경을 이유로 핵실험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내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최후의 버팀목이 돼줬던 중국까지 강한 어조로 자신들을 비판하고 나서자 과거 전가의 보도처럼 찾았던 ‘벼랑 끝 전술’을 다시금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도발 패턴은 중국의 중재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일 뿐이다. 북한이 선택한 ‘벼랑 끝’은 새로운 협상의 돌파구가 열리는 곳이 아니라 파멸과 종말의 아득함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김정은 정권은 ‘벼랑 끝’이 아니라 개혁개방으로 통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만이 살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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