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지난 94년 제1차 북핵위기 당시 미국이 북한 핵시설이 위치한 영변 공격을 준비했지만 자신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었다고 13일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SBS 라디오 특별기획 ‘한국현대사 증언’에 출연해 “당시 동해안에 영변을 때리려고 미국 해군군함 33척, 2개 항공모함이 와 있었다”며 “전쟁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로 절대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국경선의 포가 남쪽을 보고 있는데 (영변을 공격하면) 일제히 서울이 불바다가 된다”며 “그것을 내가 강력히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클린턴 대통령에게) 65만의 군인들 중 단 한 사람도 전쟁에 개입하지 못하게 통수권자로서 하겠다. 그래도 좋으냐고 했다”며 “그때 그대로 뒀다면 (미국이) 아마 영변을 때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당시 주한미국 대사를 청와대로 소환한 것과 관련 “그 다음날 대사관에서 비전투요원을 다 미국으로 보낸다는 것을 발표한다는 정보를 들었다”며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내가 절대 반대라고 전해달라고 이야기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백악관과 청와대에 설치된 ‘핫라인’에 관련해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비밀리에 전화를 많이 해야 했는데 일반 전화로는 안되겠고 절대 도청이 되지 않는 전화를 설치하면 어떻겠냐고 나한테 의견을 물어왔다”며 “좋다고 했고, 백악관에서 청와대에 (핫라인을) 설치했다. 지금도 있다. 지금 대통령은 그 전화를 아마 쓰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미국과 대화할 일이 굉장히 많았다”면서 “그때 약속하기론 우리는 낮밤이 다르지만, 급한 전화를 해야겠으니 내가 밤이라도 깨서 전화를 받고 그쪽도 내가 전화하면 밤이라도 언제든 받겠다고 했다. 그래서 밤중에 전화가 오는 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