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D 자산에 정조준..北 겨냥했나

정부가 대(對)테러는 물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막기 위한 금융제도적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은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으로 국제사회의 주도적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외견상으로는 테러자금에 대한 금융제재 강화를 통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가입을 위한 사전 포석의 성격이 강하지만 WMD에 대응한 금융제도 입안을 처음으로 정책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제도적 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나름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후폭풍을 몰고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WMD 대책의 경우 금융판 WMD 확산방지구상(PSI) 성격을 지닐 수 있기에 북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오해를 야기할 수 있으며, 특정국을 겨냥한 의도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북한이 첫번째로 사정권에 들어올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 對테러 공협법 강력해진다

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용역을 발주한 ‘테러자금조달 방지체제의 선진화.국제화 방안 연구’의 방향은 ‘공중(公衆)협박 목적 자금조달행위 금지법(공협법)’ 개정과 WMD 확산방지를 겨냥한 제도화 필요성 검토 등 두 갈래로 나눠진다.

이 가운데 공협법 개정은 FATF 가입과 직결된 사안. 지난 5월말 FATF가 우리나라에 대한 상호평가보고서에서 공협법의 다각적 보완 필요성을 지적함에 따라 연내 가입을 목표로 잡은 정부로서는 개정 노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개정 방향은 FATF 지적사항을 반영해 모호성을 없애면서 제재의 그물망을 넓고 촘촘하게 하는 쪽이다. 제재받는 주체의 범위를 넓히고 제대 대상 물건도 사실상 유무형의 모든 자산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에 용역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재 ‘테러행위’에 국한된 테러자금 조달범죄의 정의와 제재 자산의 범위를 ‘테러행위자’로 넓히는 데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예컨대 현행법상 ‘테러행위에 직접 사용하려는 자금의 제공.조달’로 돼 있는 해당 범죄의 정의를 ‘테러리스트와 테러단체 등이 쓰는 자금의 제공.모집행위’로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 제재 대상도 현행 ‘테러행위에 사용되는 자금.재산’ 외에 ‘테러리스트와 테러단체가 보유한 자금.재산’을 추가할 수 있는지가 검토 대상이다.

또 현행 공협법과 외국환관리법으로는 테러자금의 ‘외환거래제한’만 가능한 한계를 감안해 ‘동결’제도의 도입 여부도 검토된다.

동결 대상 자산도 지금은 금융거래에 국한돼 있지만 보석, 선박 등 동산과 부동산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고려 대상이다.

FATF의 지적과는 별도로 공협법에 대한 보완도 진행된다. 현재 ‘테러자금조달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의 이행에 한정된 공협법의 목적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와 FATF 등 국제기구 권고사항의 이행을 추가할 것인지 여부도 검토된다.

이 경우 유엔의 관련 결의가 있을 때마다 실효성 있는 제재가 가능해진다.

특히 제재 대상자의 범위에 ‘국가’를 포함할지, 다시 말해 국가를 테러리스트나 테러단체, 거래제한 대상자로 지정할 수 있는지도 검토한다.

◇금융판 PSI도 검토..북한 겨냥 불가피

WMD에 대한 정책적 대응방향은 공협법 개정에 비해 구체적이지 못하다. 이번 용역이 도입 필요성을 처음으로 검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WMD 대책이 공협법 틀 내에 새로운 분야로 추가될지, 아니면 별도로 다뤄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일단 국제 동향을 파악하고 제도화 방안을 마련해보겠다는 방침이다.

주요국가들이 테러 및 테러자금과 WMD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법령에 담고 있는지와 국제사회의 논의 움직임을 기초로 우리도 제도적 틀을 짜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FATF가 2007년 6월 29일 제정한 지침을 참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지침은 구속력은 없지만 WMD 확산에 대응한 유엔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요령을 담고 있다. 해당 결의에는 2006년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나온 1718호,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응한 1737호 등이 거론돼 있다.

지난 6월 유엔의 대북 결의 1874호에는 WMD 프로그램과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금융.자산.재원 동결을 포함한 금융거래 금지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정부가 WMD에 대응한 금융제재 시스템을 갖추면 후폭풍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검토는 외견상 특정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해 국내법적 체계를 갖추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설령 북한을 염두에 뒀더라도 동결할 만한 북한의 자산이 국내에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놓고 동북아 정세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징적인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5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2천400만 달러 규모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가 동결되는 악몽을 경험한 북한으로서는 우리측 대응책의 내용에 따라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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