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평양사무소장 대북 ‘인도적 접근’ 강조

▲ 리처드 레이건 (왼쪽) <사진:RFA>

북한에 체류하고 있는 유일한 미국인인 리처드 레이건 세계식량기구(WFP) 평양사무소장은 11일 이 기구의 북한 내 활동이 최근 두드러지게 자유로워지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접근(humanitarian engagement)’의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레이건 소장은 이날 부루킹스연구소 주최 ‘4차 6자회담 이후의 과제’ 세미나에서 WFP가 북한에 진출한지 9년만에 이 기구의 활동이 크게 달라졌으며, 북한내에 일부 시장경제활동이 일어나는 등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다음은 레이건 소장의 이날 발표내용 요약이다.

『올 가을 풍작 예상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식량지원의 부족으로 북한의 식량난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WFP의 국제적인 감시기준 부합능력에 연계된다는 북한인권법이 나온 이후 우리는 식량배포의 감시체계를 크게 강화하려 노력했다.

이에 따라 가족관계와 나이, 직업 등이 적힌 식량배급 카드 발급에 나서 이제까지 250만개 가량의 카드가 배포됐다.

WFP는 현재 북한 전체 인구의 87%에 달하는 203개 군 중 160개 군에 접근이 가능하다. WFP는 40명의 외국인 직원과 70명의 현지 채용원을 두고 있으며 이들이 매달 450-500개 곳에 대한 무작위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 직원들은 날마다 북한 전역을 다니며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구는 북한 내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9년전 WFP가 북한에 처음 진출했을 때 북한은 대단히 폐쇄적인 나라였다. 북한 당국은 외국인에 대해 아주 의심스러워 했으며 직원들의 지방 여행은 평양근교의 열차 여행에 국한됐다.

요즘은 ‘완전히(completely)’ 다르다. WFP는 북한 전역에 6개 사무소와 19개 식품가공공장을 두고 있으며, 세계 30여개국에서 온 직원들이 고급관리에서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수 천 명의 북한 사람들을 만난다.

우리가 지나가면 북한 주민들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든다. 마주치는 군용차량들의 3분의2 가량도 그런 반응을 보인다. 1996년 내가 미국 정부 관리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매우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지방에서는 권력의 분산현상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군청 등의 지방 관리들은 요즘 이야기 할 때 훨씬 융통성이 있다.

일부 시장경제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평양에는 과거 외국인이 갈 수 있는 시장이 하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세 개로 늘었다. 전에는 여성들도 모두 직업이 있었으나 이제는 직업이 없이 주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팔고 있다. 상행위가 범죄행위로 규정됐던 불과 5년전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북한 전역에 식당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지출 가능한 소득이 더욱 늘어난다는 조짐도 보인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가진 집들이 늘고 있고, 중국 국경지대에 가면 냉장고와 TV, 각종 생활용품을 실은 트럭들을 20-40대씩 볼 수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국내외 어디서든 핸드폰 을 쓸 수 있으며 6개월전부터는 무선라디오 통신망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김일성 대학에서는 영어 강좌에 학생들이 몰리고, 장래 사업을 하겠다는 젊은이들도 줄을 잇고 있다.

나는 이런 이유들로 ‘인도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우리의 주의제는 6자회담이지만 평화를 위해서는 굳건한 토대가 필요하다는걸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지난 9년간 이런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평화정착에 필요한 이런 종류의 토대를 닦아왔다고 생각한다.

지난 수년간에 걸친 남한의 대북 식량지원이 미칠 효과를 여러분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북한사람들이 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느낀다. 그들은 전후 러시아인들이 그들을 먹여줬던 시절을 기억하듯이 남한 사람들이 식량을 준걸 분명히 잊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 북한사람들은 포대 속에 들어있는게 남한에서 왔다는걸 알고 있음을 나는 느낀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