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써진 가방 들고 다니다 비판대 오른 北 군인 가족

북한 당국, 단속·통제 강화…"부르주아적 생활 양식 짓부셔야”

평양시민 클러치백
평양시민들의 모습. 한 여성이 클러치백을 들고 있다. /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최근 평안남도에서 복장 불량으로 단속에 걸린 군인 가족 사건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화제다. 화려한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그리고 영어가 적힌 가방이 단속의 원인이었는데 복장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자 주민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평성시 시내의 한 사거리에서 30대 여성이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규찰대 2명에 의해 복장 문제로 단속됐다”며 “입고 있는 달린옷(원피스)의 색깔이 너무 현란하고 무늬가 화려하다는 게 이유였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 “옷이 화려해서 단속 대상이 됐지만 직발(매직펌)을 하고 머리를 길게 드리우고(풀고) 다니는 것과 착용한 가방의 상표가 영어로 돼 있었다는 점, 그리고 상표에 USA라는 글자가 써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단속 대상이 된 여성은 30대 중반의 진 모 씨로 평안남도 순천시에 위치한 군부대의 추격기 비행사인 송 모 씨의 아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 정황이 평성시 여맹과 군부대 가족과에 통보된 후 부부는 각자 속한 기관에서 비판을 통한 사상 검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식통은 “남편 송 모 씨는 조직별 총화에서 가정혁명화 부족으로 호상 비판을 받았으며, 부인 진 모 씨는 군부대 가족회의에서 자아 비판 토론을 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가정혁명화란 온 가족을 당과 수령에 대한 끝없는 충성으로 가르치고 가족구성원들이 혁명가이며 공산주의자가 되게 한다는 뜻이다. 즉, 비행사 송 모 씨는 가장으로서 아내를 사회주의 국가에 맞는 혁명가로 교양하지 못했다는 명목으로 동료들에게 비판을 받은 것.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호상 비판 자리에서 “썩어빠진 부르주아 사상문화적 생활 양식을 유포시키거나 받아들이면 우리 인민의 건전한 사상의식과 혁명의식이 마비될 수 있다”며 “우리 사회주의 제도를 와해시키려는 제국주의자들과 그 적대 세력들의 책동을 짓부시겠다”고 지적했다. 진 모 씨의 화려한 복장과 긴 생머리 그리고 상표가 영어로 돼 있는 가방 등을 반사회주의 문화로 규정한 셈이다.

과거 북한에서는 옷차림이 화려하거나 사치스러워 보이면 ‘자본주의 부르주아 날라리 풍조’로 여겨져 주변 사람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주민들이 입는 옷의 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색상도 화려해졌으며 리설주의 하이힐과 클러치 백이 유행하는 등 의복 문화가 전보다 자유로워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주민들의 복장 문제를 놓고 단속과 통제가 심해지자 주민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 대통령도 만났고 녀사(리설주)님도 화려하게 옷을 입고 머리를 길게 내리는데 왜 우리 인민들만 문제 삼느냐는 말을 한다”며  “복장 단속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했다. 과거 북한 주민들은 국가의 정책이나 명령을 절대적으로 생각했지만 요즘엔 당의 정책일지라도 최고지도자와 인민들에게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전용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 롤스로이스 팬덤 등 서양의 고급 차량이며 리설주는 샤넬이나 크리스찬 디올 등 명품 가방을 공식 석상에 들고 나온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된 바 있다.

한편 주민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의 처벌 수위를 놓고도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번에 단속 대상이 비행사 군인 가족이었기 때문에 호상비판이나 자아비판으로 쉽게 넘어간 것이지 일반 주민이었다면 최소한 김매기 전투장이라도 끌려가서 15일 이상 강제 노동을 해야 했을 것”이라며 “간부들과 비교해 일반 주민에게 가해지는 차별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