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풀어보는 북한] 남북 축구경기 생중계, 왜 안되나요?

소식통 "'돌발상황 그대로 방송', 누가 책임지나...개혁개방되면 가능할 수도"

남북축구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3차전 북한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공식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9년 만에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축구경기 생중계가 결국 불발됐다. 북한이 중계진과 취재진의 방북을 사실상 거부하면서다. 더불어 북한은 원정 응원단 파견 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끝내 입을 닫았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다각도로 응원단 파견 문제를 타진했으나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에 따라 오늘(15일) 오후 5시 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 남북전은 ‘깜깜이’ 경기로 치러질 전망이다. 정부는 한국 축구대표팀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과 정부서울청사 내에 각각 상황실을 가동해 인터넷 등 북측이 보장하는 통신수단으로 경기 진행 상황을 전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선수들의 활약을 직접 확인하고픈 축구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북한은 내부적으로도 주민들에게 경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지 않고 있다. 실제 앞서 지난달 5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레바논전도 생중계를 허용하지 않고, 이튿날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중계를 내보냈다. 그나마 이 경기를 녹화 방송한 것도 북한이 레바논에 2대 0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에서 생중계는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A매치 경기마저 중계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응원단 파견이 무산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데일리NK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평양 소식통의 답변을 Q&A로 풀어봤다.

북한전 기자회견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3차전 북한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14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국구협회 제공

Q: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진행될 남북 축구경기가 중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A: 애초부터 북남(남북) 축구 중계를 할 생각조차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남측에서 아무리 큰돈을 중계료로 준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단 우리의 모습을 세계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본다는 게 싫은 것이다. 북남관계가 특별히 좋아져서 최고지도자(김정은 위원장)가 큰마음을 먹고 중계하라고 지시하면 중계료도 챙기는 이득에서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남조선(남한)으로 중계를 하더라도 조선(북한)TV로는 절대로 실황중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조선 축구가 남조선보다 약하다는 걸 잘 알고, 경기에서 지는 경우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절대 실황 중계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조선이 이긴다고 하면 녹화 중계로 해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종합적으로 ‘돌발상황’이 그대로 방송되는 걸 우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Q: 국제축구연맹이 공식 주관하는 경기에 대한 중계는 기본적 국제관례다. ‘정상국가’를 지향해오던 그동안의 행보와 배치되는 모습이 아닌가?

A: 북남 축구 중계가 정상국가 표방에 그렇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또 축구 실황 중계를 하지 않았다고 주민이 시비를 거는 것도 힘들다. 오히려 중계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주민이 더 많을 것이다. 국제사회 역시 북남 축구 중계를 하지 않았다고 크게 뭐라고 하지도 않는데, 불필요하게 중계하자고 위에 제의했다가 큰 봉변을 당할 체육계 관계자가 누가 있겠나.

Q: 그렇다면 언제쯤 실황으로 축구 중계를 할 수 있다고 보나?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할 수 있는 것인가?

A: 최고지도자의 지시가 있을 때는 언제든 가능하지 않겠나. 다른 경우는 꿈도 꿀 수 없지만 그래도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내 생각에는 조선이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해 어느 정도 주민들의 인식이 높아졌을 경우, 북남관계가 최상으로 좋아져서 실황중계하기로 계약한 경우, 조선 축구가 남조선 축구보다 월등해 무조건 이긴다는 확신이 설 때 가능할 것이다.

Q: 축구 중계가 현재의 남북관계와 관련이 있을까? 만약 앞으로 관계가 좋아지면 중계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나?

A: 남조선 측으로 중계는 가능하나 조선TV에 실황중계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긴 경우에는 무조건 녹화중계로 할 것이다.

Q: 이번에 중계진도 들어가지 못했지만, 응원단도 들어가지 못했다. 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가?

A: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남측 응원단의 열띤 응원 때문일 것이다. 분명히 우리 응원단 숫자와는 대비도 안 될 만큼 적은 인원이 오겠지만,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모습은 주민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남측 응원단의 응원도구나 옷차림은 물론이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한동안 조선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북한 당국이 선전하던 것과는 새로운 모습들을 보게 될 텐데 이걸 허용할 리가 있겠나.

Q: 반대로 북측 응원단은 남측에서 진행되는 경기에 온 적이 많다. 상반되는 모습인데.

A: 우리 응원단이 남측에 갈 때는 ‘적진에서 벌이는 적구투쟁’이라며 혹독한 사상교양사업을 거친 최정예 사람들을 선발해 보낸다. 그것도 극소수 정수분자들로 꾸려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응원단이 남측으로 가는 데 남조선 당국에서는 아무런 조건도 없이 오히려 모든 편의를 공짜로 해주지 않았나. 그때라도 상호원칙에 따라 남측 응원단도 북으로 오는 조건을 걸면서 계약했더라면 좋지 않았겠나. 그랬다면 물론 ‘응원단 안 보내겠다’고 뻗칠 것은 분명하지만, 항상 남측에서 먼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우리 응원단을 초청하니까 안 되는 것이다.

Q: 중계 및 응원단 파견 불발에 남측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북한 당국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A: 철저히 깔아뭉개는 ‘무시 전략’을 쓰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우리는 너희가 응원단을 보내라 해서 보낸 거지, 그러니까 너희가 응원단을 보내겠다고 하면 우리는 답변을 하지 않고 뻗치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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