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풀어보는 북한] 평양-지방 뇌물, 왜 그렇게 차이가 나나요?

노트텔 mp4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영상 재생기 노트텔과 mp4.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지난 9월 평양 내부 소식통은 한국드라마 시청 혐의로 109상무(외부영상물 단속 전담 조직)에 체포된 여대생이 사건 무마 대가로 고액의 뇌물을 요구받다가 끝내 자살한 사건을 알려왔다. 이 여대생의 부모가 딸이 풀려나는 대가로 요구 받은 액수는 미화 5000달러였다.

지난 5월 양강도 삼수군에서 한국드라마를 시청한 혐의로 109상무에 체포된 주민은 뇌물로 1500위안을 요구받았다. 북한 환율로 따져도 2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평양과 지방에서 법기관 단속을 무마하는 뇌물 비용이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데일리NK는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 경험이 있는 탈북민들을 통해 그 이유를 Q&A로 풀어봤다.

Q: 한국 드라마 단속을 무마하는 뇌물은 어떤 특징이 있나?

A: 109상무는 북한 내 비사회주의 현상을 척결하기 위해 만들었고, 주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행위를 단속한다.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지키기 위한 단속 활동이다. 보통 비사회주의 영상물이라고 하면 한국이나 적대적인 서방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노래, 드라마, 섹스 영상물을 말한다.

이러한 영상을 보는 행위는 아주 개인적인 사소한 일이지만 북한 체제는 이를 강력히 단속한다. 사안이 중대하면 노동교화형에 사형까지 시킨다. 재판을 받고 교화를 가면 인생을 아주 버리게 되는데 뇌물로 풀려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되기 때문에 뇌물을 주는 것이다.

Q: 처벌이 있다고 해도 평양 뇌물 액수가 지나치게 많은데.

A: 평양 시민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평양에서 쫓겨나는 것이다. 교화소(우리의 교도소와 유사) 가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지방으로 추방되면 사는 장소만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성분적으로 차별 대상이 돼 산골 농촌에서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

또한 자신만 쫓겨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함께 처벌을 받기 때문에 집안이 한 순간에 풍비박산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걸리면 거액의 뇌물을 주고서라도 무마시키려고 한다.

Q: 평양 시민들이 지방 농촌에 사는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말로는 근로인민대중이 역사와 생산의 주체라고 하지만 실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평양 사람들은 지방 사람들을 천하고 궁색하게 사는 하층민으로 본다. 특히 추방된 세대는 도시와 떨어진 시골 농장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끔찍하게 여긴다.

실제 한국 사람들도 본인들이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이 모든 것을 포기한다면 얼마나 불편하게 생각하겠는가? 평양은 그나마 북한에서 배급, 부식물, 특히 전기 공급 등이 비교적 풍족한 편이다. 문화나 여가 생활도 조금은 누릴 수 있다.

평양 시내의 목란비디오 CD판매대(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Q: 평양의 특권을 감안한다고 해도 뇌물 액수가 지나치게 높은 편인데.

A: 북한 내에서 외화가 가장 많은 곳이 평양이다. 외화 중에서도 중국 위안화보다 달러를 선호한다. 무역이나 외국인을 상대하거나 실제 외국에 노동자로 다녀온 사람도 많다. 그래서 달러를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이 좋다.

북한 김정은은 평양을 외국만큼이나 수준 높은 도시로 만들기를 원한다. 주민 수준도 올리고 문화 수준도 올리기를 바란다. 평양 사람들이 성분도 좋고 도망갈 위험도 적다. 그래서 외국에 돈 벌러 나가는 기회를 평양 사람들에게 많이 준다. 일반적으로 외국 노동자로 가면 70%가 평양 사람이다. 나머지 30%를 지방에서 모집한다.

예를 들어 평양기계공장에 무리배치된 제대군인들은 평양에 정착한 지 3년이 넘으면 대부분 외국에 가서 돈을 벌어온다. 어떤 방법으로든 달러를 벌어서 들여온다.

Q: 그 밖에 이유는 무엇인가?

A: 추방이 되면 집이 몰수된다. 어차피 버릴 집이라면 집을 팔아서라도 평양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 낫다. 평양 집값이 지방보다 비싸기 때문에 그 액수만큼 올라갈 여지도 크다. 그리고 돈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이나 취미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뇌물 액수가 커진 측면도 있다.

Q: 지방별로도 뇌물 액수에서 차이가 있는가?

A: 평성(평안남도)이나 청진(함경북도) 같은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차이는 있다. 함경남도나 강원도는 한국 영상물을 보다 걸려도 보통 200-300달러면 해결이 된다.

신의주(평안북도)나 혜산(양강도) 같은 국경도시는 평양만큼은 아니지만 뇌물 액수가 큰 편이다. 국경도시는 위안화를 많이 쓰는데 1만 위안에서 2만 위안을 줘야 한다. 국경에서 이런 범죄는 외국과 접촉을 시도할 수 있는 정치적인 성격으로 보려는 경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