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 확대 길 터..정부 선택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 핵실험에 대해 제재 결의를 채택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문제를 놓고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설 전망이다.

사실 이번 안보리 결의 내용에 대해 전문가들은 “거칠게 표현하자면” 앞서 7월15일 북한 미사일 발사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695호의 내용에 PSI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결의에 PSI란 단어가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북한과 관련된 대량살상무기(WMD) 이전을 차단키 위해 화물검색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회원국들에 요청한 대목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PSI에 국제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안보리 결의 1718호에는 `모든 회원국들은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핵 및 화생방 무기의 밀거래와 전달 수단 및 물질을 막기 위해 안보리 결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북한으로부터의 화물 검색 등 필요한 협력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한다'(call upon)’는 내용이 포함됐다. `요청한다'(call upon)는 표현은 `요구한다'(demand)나 `결정한다'(decide)에 비해 강도가 약해 강제적인 이행 의무를 부과하느냐는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결의가 기본적으로 회원국에 이행의무를 부과하는 헌장 제7장을 원용한 점, 또 결의문에서 화물검색 내
용이 들어간 항목이 `이하 사항을 결정한다'(decide that)는 구절로 시작하는 점에서 단순한 권고사항의 의미 이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북한 선박의 화물을 검사할 수 있도록 한 남북해운합의서가 있는 만큼 그에 따라 상황이 생길때마다 조치를 취하면 된다는게 기본 입장이다. 특별히 안보리 결의에 따라 모종의 새로운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게 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안보리 결의를 계기로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의 PSI 정식 참여를 촉구할 경우 정부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안보리 결의 때문에 PSI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게 PSI의 취지인 만큼 그에 동참하지 않을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은 현재 70여개국에 이르는 PSI의 정식 참여국을 확대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이며 그 첫 대상으로 자국 동맹이자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한국을 지목하고 정식 참여를 촉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간 북한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유보적 입장을 취해온 한국의 PSI 정식 참여는 참여국 수의 증가에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에 주는 상징적 효과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주중 방한할 예정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PSI 참여확대 문제는 우선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측은 일단 상징적인 차원에서라도 우리 정부가 PSI에 정식으로 참여하겠다는 공문을 보낼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PSI 참여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PSI 참여가 내포한 위험성, 여당 등 국내 일각의 반대여론 등을 두루 고려, 정식 참여 여부를 신중히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일단 정식 참여는 하되 북한과의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한반도 근해에서의 훈련에는 참여하지 않고 한반도 근해에서 북한 선박을 검색해야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참여국에 부여된 재량권을 발동해 동참하지 않는 등 `사안별 대응기조’를 견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북한의 반발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을 주대상으로하는 WMD 차단작전에 한국이 정식으로 참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치적 의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우리 정부가 PSI에 일체 관여하지 않던 정책을 바꿔 PSI 참여에 대한 미국의 8개 요구항목 중 `옵서버’에게 해당되는 5개 항목에 참여키로 했을때도 북한은 강하게 반발했다. 북측은 올 2월9일 이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를 통해 “반민족적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때문에 정식 참여는 하지 않은 채 역내외 차단훈련시 물적지원을 하는 정도로 `성의’를 표하는 방안을 택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없지않아 보인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