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 정식참여 유보 배경은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에 `정식참여’를 유보키로 한 것은 결국 핵실험 이후에도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고려를 가장 우선시 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13일 PSI와 관련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면서 PSI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하지만 한반도 주변수역에서의 활동은 우리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남북해운합의서 등 국내법과 해양법 협약 등 국제법에 따라 결정키로 했다고 밝혀 사실상 정식 참여는 거부했다.

◇한미공조보다 `특수상황’에 무게 둔 결정 = 정부가 강조한 `특수한 상황’은 남북이 기술적으로 휴전중인 상태에서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이뤄지는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정부는 PSI에 정식 참여하더라도 개별 활동에 대한 참여국의 재량권이 보장되는 점을 감안, 정식참여를 하되 한반도 주변에서의 활동은 하지 않는 방안도 하나의 옵션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로 이란, 북한 등을 타깃으로 삼는 PSI에 한국이 정식 참여하는 것 자체가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정부는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부는 북한과 한반도의 허리를 나누고 있는 입장에서 PSI에 정식참여를 하면서도 한반도 주변에서 이뤄지는 훈련 및 실제 상황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안보리 결의에 따라 우리 영해를 지나는 북한의 WMD 운반 선박은 남북해운합의서 등 국내법을 통해 검색 및 퇴거조치를 취할 수 있고 국내 항구를 출입하는 북한 선박은 관세법에 따라 세관이 검색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PSI에 가입하지 않고 우리 식대로 안보리 결의에 명시된 화물검색을 이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PSI 정식참여가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측면과 북한과의 충돌을 피해야 하는 `특수상황’ 중 후자 쪽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6자회담 복귀 결정.국내 정치권 반발이 `결정적’ = 정부가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10월9일 이후 1개월여 고민 끝에 참여유보를 결정한 데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국내 정치권의 반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중 3자 회동에서 6자회담 재개가 결정됨에 따라 북핵 국면이 대북 제재 일변도에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쪽으로 진행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어렵게 대화의 불씨를 살려 놓은 마당에 정부의 PSI 참여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할 경우 6자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입지와 역할이 지금보다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11월7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게 됨에 따라 `악의적 무시’와 `압박’으로 대표되는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의회의 강력한 견제를 받게 된 점도 일부 고려됐을 개연성이 있다.

아울러 여당과 일부 여론의 강력한 반대를 무시한 채 PSI에 정식 참여할 경우 지게될 부담을 현 정부로선 감당하기 어렵다는 국내 정치 차원의 고려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김근태(金槿泰) 열린우리당 의장을 비롯한 여당 의원 일부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등이 PSI 참여에 반대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함에 따라 PSI가 정치쟁점화하면서 정식 참여 여부에 대한 결정은 일찌감치 일선 실무 부처의 손을 떠났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할 청와대 입장에서는 여당과 DJ, 일부 여론의 반대를 물리치고 PSI에 정식 참여할 경우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할 상황이었다.

◇미국 불만 우려도 제기 =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6자회담 재개 국면에서의 `고육지책’으로 평가하는 반면 일부는 북핵문제와 관련, 한미공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때문에 미측의 반응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정부가 정식참여를 하지 않으면서 PSI의 목적과 원칙을 공식 지지하기로 한 것도 우리의 특수상황에 대해 미국의 이해를 구하는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북한문제의 최우선 당사국인 한국의 정식 참여를 통해 PSI의 세 확산을 노렸을 미국으로선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박인국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은 “한미 양국은 PSI를 포함해서 여러 상호관심사에 대해 지속적 긴밀히 협의해 오고 있다”며 이번 사안도 한미간 협의를 거쳤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100% 수긍하고 이해하는 입장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6~7일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의 방한때도 PSI 문제는 `우리 판단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한국 입장을 존중,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던 미국이 향후 외교경로 등을 통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PSI 불참이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미.일 3국 공조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발언권이 약화되는 상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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