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 발표 시점을 놓고 고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측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 모씨의 신변안전과 개성공단의 안정적 유지를 고려해 PSI 전면 참여 발표를 유보하는 결단을 내렸으나, 북측이 21일 남북접촉에서 이와 관련한 성의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조만간 정부의 PSI 전면 참여 발표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정부 관계자부터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남북접촉 당일 청와대에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통해 PSI 가입 시기를 놓고 논의를 진행했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여전히 유보중이다.
따라서 PSI 전면 참여 선언과 관련해 외교통상부와 통일부가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는 북한과 본격적인 접촉이 이뤄지면 PSI 가입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통일부는 북한과의 대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의 고심은 이번 남북접촉에서 일단 북한이 개성공단과 관련한 자신들의 요구를 제시한 만큼 추가 접촉 가능성이 남아 있고, 현대아산 직원 유 모씨의 신변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미 4차례나 정식가입 발표를 미뤄왔기 때문에 더 이상 이를 미루는 것은 국민들과 북한에 ‘정책 혼선’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여론의 지적이 커지고 있다.
또, 정부가 북한의 잇단 공세에 밀려 발표를 유보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다면 남북관계 주도권을 뺏기는 것은 물론, 정부 스스로 말을 뒤엎는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최종 판단만 남은 상태지만, 이 대통령의 의중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되, 상황에 대처할 때는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남북접촉에 대한 청와대의 판단에 따라 발표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북한의 개성공단 특혜조치 요구와 현대아산 직원의 석방문제가 ‘장기화 될 것’으로 판단할 경우 정식참여 발표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부가 PSI 전면참여 발표를 ‘상당기간’ 늦출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안보연구실장은 “어제 이뤄진 남북접촉에서 억류된 개성공단 직원에 대한 접견도 하지 못했고, 개성공단 추가혜택과 관련된 북한의 통보 사항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PSI 전면참여 발표가 속도를 내긴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안보연구실장은 특히 “남한의 PSI 전면참여를 발표시 북한은 개성공단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를 통보해 올 가능성도 있다”며 “이후 북한의 추가적인 반응을 지켜봐야겠지만, 우리 정부가 1~2주 내에 PSI 전면 참여를 선언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PSI 전면참여는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 당시 참여했어야 했다”며 “이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서는 우리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방안으로 대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1일 남북접촉에서 남한의 PSI 전면 참여 방침에 대해 “(남북관계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고 있다”고 공세를 이어갔지만, 북한군 총참모부가 지난 18일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50km 안팎”이라고 협박했던 것에 비해 압박수위가 다소 완화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