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 불참, 줄도 없이 번지점프 하려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정식 참여하면 곧장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 떨던 열린당의 주장에 “정식 참여해도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정부측의 고해성사가 나와 눈길을 끈다.

베트남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하루 앞둔 14일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평화방송에 출연, “PSI에 참여한다고 해서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면서 그러나 “많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천 본부장은 “PSI에 대한 여러 우려와 오해가 있기 때문에 국내적 상황을 감안해 그렇게(PSI에 정식 참여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PSI에 대한 여러 우려와 오해가 있다”는 천 본부장의 주장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미국 부시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PSI 정식 참여를 요청한 후 ‘PSI 정식참여=무력충돌’이라고 국민들을 현혹시킨 것은 다름 아닌 집권당인 열린당 김근태 의장과 소속 의원들이었기 때문이다.

PSI 정식참여 해도 무력충돌 가능성 거의 없어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신속한 대북제재 결의 이후 국제사회와 함께 PSI를 통한 대북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직접 방한해 정식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행동이 필요하고 그중 북한 핵무기의 가장 큰 직접 대상국인 한국의 참여는 북한의 핵폐기를 유도하는 데 무엇보다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이같은 바람에도 불구하고 13일 정부는 ‘한반도의 특수한 지위’를 천명하며 PSI 참여 유보를 공식 선언했다. 박인국 외교부 정책실장은 이날 “PSI의 원칙과 목표는 지지하되 한반도 특수 상황을 고려해 정식 참여는 안하는 특수한 지위를 선포한다”며 “한반도 주변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수역에서는 남북해운합의서, 한반도 이원수역은 구체적 상황에 따라 하는 게 PSI 운영원칙과 합치된다”며 모호한 설명도 곁들였다.

일단 천 본부장의 고해성사로 무력충돌 가능성이 없음이 분명해졌다. 실제 PSI 회원국이 2003년 채택한 ‘PSI 차단 원칙’은 각국이 국제, 국내법에 따라 합법 활동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용 대상도 내수(內水), 영해(12해리), 접속수역(24해리)으로 한정돼 있다.

또 공해상에서는 각국이 자기 나라 깃발을 게양하고 있는 선박에 대해서만 검문·검색을 할 수 있어 북한이 WMD 관련 물질을 운반한다 해도 공해에서 검색할 방법은 없다. 북한 선박이 WMD 관련 물질을 싣고 우리 영해에 들어올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적다.

정부, 북한과 여당에 대한 과도한 눈치보기

즉, 미국이 우리나라에게 줄기차게 PSI 참여를 요청한 것은 ‘외교적 상징성’이 여타 국가들보다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원칙과 소신이 없는 현 정부의 과도한 눈치 보기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했는데 괜스레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는 하지 말자는 ‘북한 눈치 살피기’와 “PSI 참여에 대해 여당과 협의 않고 이 문제를 거론하는 공직자는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는 김근태 의장의 협박에서 알 수 있듯 ‘여당 눈치 살피기’의 결과이다.

정부가 국가의 장래가 걸려있는 중대한 정책적 판단을 내리는 데 ‘국민’의 눈치가 아닌 ‘북한’과 ‘집권당’의 눈치를 살핀다면 어느 국민이 정부를 믿고 지지하겠는가? 정부의 PSI 불참 선언은 줄을 매지 않고 번지점프를 하겠다는 것처럼 위험한 주장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제적 ‘왕따’를 자처하는 PSI 불참 선언을 철회하고, 국민과 국제사회의 비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국제사회는 아직 한국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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