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발표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정부는 PSI 전면참여 발표를 21일 예정된 남북간 개성접촉 뒤에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접촉 뒤에도 이 문제를 홀가분하게 털어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북한이 개성접촉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모종의 카드를 제시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우리의 PSI전면참여 방침과 엮어 개성공단 사업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며 PSI와 명확하게 연관시키지는 않더라도 개성공단의 운명을 좌우할 특단의 조치가 통보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킬 것이 분명한 PSI전면참여를 선언하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아진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개성에서 ‘도발’을 하면 이에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주지않기 위해서라도 PSI전면참여를 전격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이는 남북관계가 당분간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져드는 상황을 감수할 때에나 가능해 보인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북한이 개성접촉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다 해도 정부는 PSI전면참여 발표를 놓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에서 그토록 고대하던 훈풍이 불었는데 PSI전면참여를 발표해 분위기를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PSI전면참여 발표가 한동안 미뤄질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는 20일 “개성접촉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PSI전면참여 발표에 대해 정부 내 신중론자들의 발언이 더 커지고 외부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이들의 목소리도 많아질 것 같다”면서 PSI전면참여 발표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15일→19일→21일 이후’ 등으로 연이어 PSI전면참여 발표를 연기한 것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염려한 어쩔 수 없는 고민의 산물이기는 하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상황에 내몰린 것은 스스로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대아산 직원의 개성공단 억류 등 남북간 제반사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치밀한 분석없이 무작정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PSI전면참여’ 카드를 빼들다보니 상황이 꼬인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사실 좀 쉽게 생각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부처간 면밀한 사전조율과 정세에 대한 치밀한 판단이 부족했음을 시인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