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무죄’ 판결에 대한 苦言

I.
판결이란 논리적으로 볼 때 근거를 제시하고 결론을 내리는 논증문의 하나다. 피고의 유·무죄를 다투는 형사재판의 경우, 피고가 범했다는 행위의 사실 여부, 그 행위의 위법성 여부, 그리고 피고가 의도적으로 그 행위를 하였는지 따지게 된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판사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 PD수첩의 방영내용이 “중요 부분에선 (사실과) 객관적으로 합치되므로 일부 세세한 점에서 다소 과장이 있다 해도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PD수첩 제작진 5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간단히 말해 위의 범행의 구성요건에서 ‘허위 보도’라는 행위 자체가 없으므로 위법성과 고의성은 더 따질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PD수첩 방영내용의 공동번역자인 정지민 씨가 “왜곡의 고의성을 놓고 다퉜는데 왜곡 자체가 없다니 황당하다”고 말한 것은 이번 판결의 핵심을 찌른 것이다.


즉 정부정책에 대한 PD수첩의 비판적 방송내용이 사실왜곡이든 아니든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설사 왜곡이라 하더라도 제작자가 고의적으로 왜곡을 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만천하에 공개된 PD수첩의 방영내용이 “허위가 아니다”라는 문 판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 명백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바꿔 말해 정정보도와 관련된 서울고법 민사부의 판단과 이번 서울지법의 사실판단이 180도 다른 만큼 이 양자의 중의 하나는 완전한 판단착오라고 볼 수밖에 없다.


II.
2008년 4월 말에 시작된 촛불시위에 대하여 필자는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여 왔고, 또 지금도 그렇다. 즉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사실 왜곡’이었으며, 이러한 사실 왜곡이 발생하게 된 배경도 추적하였다. 그것은 몇 개의 논문과 국제심포지움에서 발표, 공동으로 집필한 책 등으로 나왔다.


필자가 확인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촛불시위의 배경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2003년 12월 미국에서 첫 번째 광우병소가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그리고 일본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논란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논란의 결정적인 분수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하자 미국은 쇠고기 수입의 재개를 조건중의 하나로 내세웠고, 한·미FTA를 반대하는 지식인들 중 ‘자칭’ 광우병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2005년부터 맹렬하게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나왔다. 왜냐하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을 경우 한·미FTA가 무산되리라는 계산이었다.


다른 한편 노무현 정권은 내부적으로는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나, 미국의회의 한·미FTA 비준과 바꾸기 위해 이점을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이런 ‘위험소통(risk communication)’의 공백을 이용하여 바로 그 광우병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좌파언론에 ‘무서울 정도로 교묘하게’ 사실 왜곡을 하고 나섰다.


2008년 정권이 바뀌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해 4월, 역시 한·미FTA의 조기 비준을 목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국제수역협회(OIE)의 기준에 의거해 수입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모른다고 일부 국민들에게 미국산 쇠고기는 마치 매우 위험한 물질처럼 뇌리에 각인되기 시작하였으며, 결정적으로 2008년 4월 29일 MBC PD수첩이 문제의 전문가들의 자문을 믿고 엄청난 허위보도를 감행한 것이다. 그리고 이 보도를 믿은 국민들에 의해 촛불시위가 100일 동안 한국을 마비시킬 만큼 번졌다.


III.
아마 독자여러분들 중에는 왜 필자가 이번 문 판사의 판결에 대하여 시원하게 반박하지 않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 이유는 우선 판결문을 아직 읽지 못하여 언론에 보도된 단편적인 내용들에 의존하여 불확실한 논쟁을 벌이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조만간 판결문이 입수되는 데로 자세히 그 내용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질 수 있으리라 본다. 다만 법원이 언론보도용으로 발표한 내용을 볼 때, 문판사의 판단은 상식이하이며 그가 어떤 오류를 범했는지는 매우 쉽게 지적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필자가 본격적인 비판에 앞서 이런 글을 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논쟁은 그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 자연과학자의 전문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전문가의 견해가 매우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재판에서도 검찰과 변호인 측이 요청한 전문가들의 증언이 180도 틀리다. 이럴 때 누구의 이야기가 옳은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는 사람들조차도 “어떤 전문가는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어떤 전문가는 그 주장이 허위·왜곡이라고 주장할 때는, 일단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으냐?”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것을 이른바 ‘사전예방의 원칙’이라는 명칭으로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릴 때는 안전한 방향으로 택하고자 함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아마도 우리 국민 중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자칭 광우병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주장이 상식적으로도 틀린 내용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즉 이번 재판에서 문 판사가 양쪽 전문가와 증인의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고, 논리적이고 상식적으로 판단하였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판결을 하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점은 판결문을 놓고 밝히겠지만, 만일 문판사의 판결 자체가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이라면, 특히 서울고법의 정반대 판결이 이미 있는 상황 하에서 단순히 항소를 통해 1심판결을 시정하면 그만인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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